끼어들기 양보안한 옆차 향해 침 뱉어

1심 무죄였지만 2심은 벌금형

2심 재판부 “신체 안 묻어도 폭행 인정”

서울동부지법. 김희량 기자
서울동부지법. 김희량 기자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도로에서 끼어들기를 양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옆 차선 차량에 침을 뱉었던 운전자가 1심에서는 무죄를 받았으나 2심에선 폭행죄가 인정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차량에 묻은 침 사진을 증거로 인정하면서 침이 피해자 신체에 묻지 않았더라도 폭행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3부(부장 김춘호)는 최근 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은 30대 운전자 A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사건은 2020년 8월 25일 오전 8시께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한 도로 2차로에서 유턴을 하기 위해 1차로로 끼어들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먼저 1차로에 진입해 유턴 순서를 기다리던 피해자 B씨와 시비가 붙었다. B씨가 양보를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화가 난 A씨는 차에서 내려 시비를 벌이다 B씨의 차량 조수석 창문의 열린 틈 사이로 침을 뱉었다. B씨는 조사에서 A씨의 침이 자신의 오른팔에 묻었다고 주장해 왔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5월 “뱉어진 침이 피해자 팔에 묻었다는 증거가 피해자 진술밖에 없고, A씨가 당시 피해자 차량 조수석 창문이 닫혔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으며 설령 침이 묻었어도 우연한 사정으로 보인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유죄를 선고했다. 침 뱉는 행위 자체가 폭행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폭행죄의 폭행이란 사람의 신체에 대해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것을 의미하기에 신체 접촉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또 2심 재판부는 조수석 창문에 묻은 침 사진을 증거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침이 창문 유리 상단에 묻은 걸로 보이는데, 침을 뱉으면 넓게 분사되기에 일부는 열린 창문을 통해 피해자 차량 내로 들어왔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B씨의 팔에 침이 묻은 것은 1심 재판부는 우연한 사정으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우연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피해자 차량에 B씨가 타 있다는 걸 인식하고 B씨에게 침을 뱉었기에 폭행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이어 “폭행죄의 폭행은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정황, 피해자에게 주는 고통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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