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영업자 목소리 안 들어”

거리두기 불복 의견 커져

방역패스 효력 중지 결정에 ‘복잡’

지난 6일 오후 9시께 서울 구로구 고척동의 상가 거리. 가게들이 간판불을 켜두고 점등시위를 벌이고 있다. [독자 제공]
지난 6일 오후 9시께 서울 구로구 고척동의 상가 거리. 가게들이 간판불을 켜두고 점등시위를 벌이고 있다. [독자 제공]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정부에서 자영업자 목소리를 너무 안 들어준다. 어쩔 수가 없다.” 서울 관악구 지하철 낙성대역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성호(40) 씨는 이달 6일 오후 9시가 지나도 가게 문을 닫지 않았다. 대신 가게 안에서 켤 수 있는 전등은 다 켰다. 이날부터 시작하는 ‘자영업자 점등시위’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영업도 안 하는데 불 켜면 전기료가 나간다. 근데 왜 이렇게까지 하겠나. 폭력시위를 할 수도 없고 그나마 평화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년 동안 빚이 생겼고, 빚을 빚으로 막았다. 더는 할 수 없다. 살려달라.” 같은 시각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 앞.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대위)는 점등시위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발언에 나선 허희영 대한카페연합회 대표는 “죽어가고 있던 자영업자가 방역패스(코로나19 백신 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정책으로 또 죽고 있다”고 말했다. 자대위 소속 자영업자들은 이달 14일까지 9일간 영업제한시간인 오후 9시 이후에도 간판과 업장불을 켜면서 점등시위를 진행한다.

지난 6일 오후 9시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 앞에서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빛나 기자
지난 6일 오후 9시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 앞에서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빛나 기자

“더는 안 된다”며 방역지침에 반발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는 데다 최근 방역패스 의무화에 대한 불만이 쌓였기 때문이다. 소상공인 방역지원금 100만원을 지급하는 날 점등시위를 시작한 자영업자단체들은 오는 16일까지 이어지는 거리두기기간에 총공세에 나설 계획이다. 자대위는 오는 10일 서울 여의도에서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코자총)도 오는 12일 국회 앞에서 규탄대회와 함께 삭발식을 할 계획이다.

자영업자들은 3년차에 접어드는 거리두기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달에 8년 동안 운영한 중식당을 폐업하는 최복수(40) 씨는 “공익을 위해 자영업자들이 2년 동안 희생했다”며 “하지만 나아진 것이 없었다. 이제 가게를 운영할 여력이 떨어졌고 더는 견딜 수 없어 문을 닫는다. 방역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방역패스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법원 결정까지 나오면서 자영업자들의 마음은 복잡해졌다. 그동안 방역 의무를 진다는 생각에 정부 정책과 그에 따른 매출감소를 감수했지만 이제는 변할 때가 됐다는 생각에서다. 조지현 자대위 공동 대표는 “이번 법원 결정은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차별을 지적해서 자영업자에게 직접적 영향을 주는 판결은 아니지만 정부 정책을 저지했다”며 “거리두기가 길어질 때를 대비해 자영업자들도 업종별로 소송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종환 부장판사)는 지난 4일 함께하는사교육연합·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이 지난달 17일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등에 대한 방역패스 집행 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한다고 결정했다.

또 7일에는 고 3 학생을 포함한 시민 1700명이 방역패스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헌법재판소에 가처분 신청을 낸다. 유튜버이자 대입수험생 양대림(19) 씨는 이날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에 방역패스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앞서 양씨는 지난달 10일 정부와 전국 17개 시도지사를 상대로도 방역패스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