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종풍식 끝으로 생산 중단
48년 6개월 간 5500만t 쇳물 생산
산업의 쌀 생산해 경제 개발 ‘초석’
철강 역사 담은 박물관으로 재탄생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대한민국 철강 역사의 기원이자 경제 발전의 발판 역할을 했던 포스코 포항제철소 1고로(용광로)의 불이 48년 6개월여 만에 꺼진다.
포스코는 29일 포항제철소에서 김학동 사장, 이시우 안전환경본부장, 양원준 경영지원본부장, 남수희 포항제철소장, 이덕락 기술연구원장, 포스코 노동조합 및 노경협의회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1고로 종풍식을 가졌다.
종풍(終風)이란 풍구(바람구멍)을 통해 용광로에 바람을 넣어 온도를 높이는 작업을 중단하는 것으로 고로의 생산 중단을 의미한다. 포스코는 내년 상반기 중 섭씨 1500도가 넘는 1고로의 열이 완전히 식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용적 1660㎥의 소형 고로로 분류되는 포항 1고로는 최근에 준공되는 5500㎥ 이상의 초대형 고로와 비교해 생산성이나 조업 안정성에서 불리하다. 그러나 포스코는 다년간 축적된 제선 기술을 바탕으로 역사적 상징성이 깊은 1고로의 생명을 연장해 왔다. 1993년 2차 개수를 마지막으로 28년 10개월이란 긴 세월을 달려 온 결과, 설비 수명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판단으로 종풍을 결정했다.
김학동 사장은 “첫 출선 당시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님께서 직원들과 함께 1고로 앞에서 만세를 외치며 눈물 흘리시던 모습이 아직도 선한데 종풍을 맞이하게 돼 실로 만감이 교차한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어 “변변한 공장 하나 없었던 변방의 작은 국가였던 대한민국이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을 자력 생산하면서 단기간에 자동차, 조선, 가전 등 제조업의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역사적 의미를 되새겼다.
지난 1970년 4월 1일 착공한 포항제철소는 3년 2개월이 지난 1973년 6월 9일 1고로에서 처음 쇳물을 쏟아 내며 대한민국 산업의 기초 역할을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포항 1고로를 통해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을 자력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여기서 생산된 쇳물은 현대중공업의 선박과 현대자동차의 자동차 생산에 사용됐다. 한국의 철강 산업뿐 아니라 중공업 중심의 경제 발전 전략을 가능하게 한 셈이다.
포항 1고로가 반세기 가까이 생산해 낸 쇳물의 양은 총 5520만t에 달한다. 이는 30만t급 초대형 유조선 1380 척을 건조하거나, 중형 자동차 552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이후 포스코는 연 4000만t 이상의 조강 생산능력을 갖춘 글로벌 선도 철강사가 됐다.
이에 포항 1고로는 국가 경제 성장을 뒷받침한 공로를 인정받아 ‘민족 고로’ 또는 ‘경제 고로’라고 불렸다. 철강협회는 국내 최초·최장수 고로로서 포항 1고로의 상징적 의미를 기념하며 첫 출선일인 6월 9일을 ‘철의 날’로 제정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1고로 종풍에 따라 연간 100만t가량 감소하는 출선량을 만회하기 위해 남아있는 8개 고로의 연·원료 배합비를 개선하는 등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연계 산업에서 철강 수급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향후 1고로의 역사적 가치와 의의를 고려해 고로 내부를 완전히 냉각하고 철거 작업 등을 거쳐 ‘포항1고로 뮤지엄’으로 개조해 일반인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why3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