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젊음’ 기치 마크롱 아성 위협
반이민·반동성애·강한 국방 주장
확실한 언행 어필 SNS 지지 열풍
‘프랑스의 트럼프’로 불리는 방송인 출신 60대 극우 정치인 에리크 제무르(Eric Zemmour·63·사진)에 대한 프랑스 ‘MZ세대’의 지지세가 심상찮다.
최근 프랑스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반(反) 이민 정서에 대해 기성 정치인들이 ‘고구마’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제무르의 일명 ‘사이다’ 발언이 젊은 유권자의 마음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빠른 속도로 제무르에 대한 지지세를 결집하는 2030세대의 움직임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 대선판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17일(현지시간) AFP 통신·프랑스24 방송·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 등에 따르면 이날 파리 형사법원 앞에는 MZ세대 20여명이 “제무르 대통령”이란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날 법정에선 지난해 9월 방송에서 “(불법 이주 미성년자들은) 도둑들이고, 살인자들이며 강간범들”이란 발언을 해 인종 증오 선동 혐의로 기소된 제무르에 대한 재판이 열리고 있었다.
일간 르 피가로 논설위원 출신인 제무르는 지난 204년 출간한 저서 ‘프랑스의 자살’에서 1968년 5월 프랑스에서 일어난 사회변혁 운동이 “이민자·동성애 문제를 불러오며 국가를 망쳤다”고 주장하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그는 엄격한 이민 제한과 국방예산 증대 등을 주장하며 프랑스 국민의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이날 집회는 반 이민, 반 이슬람적 발언을 서슴치 않는 제무르에 대한 2030세대의 지지 움직임을 보여주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제무르에 대한 MZ세대의 환호성은 소셜미디어(SNS)를 타고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제무르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들은 제무르의 앞글자 ‘Z’를 따 스스로를 ‘Z세대’라 지칭하며 커뮤니티를 만들고, SNS를 통한 홍보에 스스로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이 중에선 자발적으로 홍보 포스터를 제작, 프랑스 전역에 게시하며 제무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운동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극단주의 연구를 주로 하는 영국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ISD)의 세실 시몽 연구원은 “최근 제무르는 SNS 공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며 “그 어떤 프랑스 대선 주자보다도 SNS 내에서 지배적인 알고리즘을 장악하고 있으며, 갈수록 더 많은 2030세대 사용자들의 호응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무르가 프랑스 2030세대의 이목을 끌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거침없는 발언 때문이다. 그동안 대표적인 극우 정치의 대표 주자로 꼽혔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가 ‘중도 확장’을 위해 반 이민, 반 무슬림 발언을 자제하며 정제된 언행을 하고 있는 사이, 제무르가 빈틈을 제대로 비집고 나온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30대 대선 후보로 혜성처럼 등장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지지했던 2030세대가 기성 정치인이 된 마크롱에 대해 실망, 비록 나이는 60대지만 ‘정치 신예’인 제무르에 대한 지지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SNS 상에서 유명 제무르 지지 단체를 이끌고 있는 스타니슬라스 리고는 “(2030세대가) 제무르를 지지하는 이유는 그의 명확한 문제 진단과 명확한 말투 덕분”이라며 “확실한 그의 언행이 조국(프랑스)의 미래를 바꿀 것이라 믿는다”고 주장했다.
내년 3월로 다가온 국내 대선 레이스에서도 2030세대의 표심이 전체 구도를 흔들듯, 프랑스에서도 전체 민심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아직 출마 의사도 밝히지 않은 제무르의 지지율(18%)이 르펜(15%)을 넘어 에마뉘엘 마크롱(23%) 대통령의 뒤를 바싹 뒤쫓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국민 전반에 걸쳐 확산하고 있는 반 이민 여론은 2030세대의 지지와 함께 제무르의 상승세에 주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도 최근 들어 제무르의 상승세를 의식, 견제하는 모양새다. 제무르가 60대인 반면, 자신은 40대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듯 행사 현장에서 의전 담당자의 도움 없이 직접 우산을 쓰거나, 다른 나라 MZ세대 지도자와 친근감을 나타내는 등 연이어 젊음을 과시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