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경쟁이 급기야 글로벌 공급망(Supply Chain)을 수렁으로 밀어넣고 있다. 비단 차량용 반도체, 요소수의 문제만이 아니다.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촉발한 거대한 폭풍. 미약한 자원들이 산업과 경제를 마비시킬 정도다.
향후 더 많은 부분들이 전체를 뒤흔들 것이다. 두 개의 거대한 힘은 직접 부딪치는 위험 대신 많은 국지적 대리전을 치르게 할 것이기 때문.
국제분업에 의존해 공급체계를 설계해 온 한국이 가장 심한 타격을 받고 있다. 에너지, 광물자원, 식량 뿐 아니라 ‘하찮은’ 요소수마저 우리의 삶을 이렇게 흔들 수 있다는 사실에 공급망관리(SCM)의 중요성을 몸으로 깨닫는 중이다.
현재 우리가 겪는 자원난은 낙관론적 SCM에 기인한다. 낙관론을 바탕으로 한 부가가치 중심의 공급체계가 우리의 ‘약한 고리’가 됐다. 이번 우리를 친 것은 부가가치 관점에서 보면 하찮기만 한 것들이다.
향후 전개될 수도 있는 국지적 갈등은 안보적 관점의 SCM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들의 통상적 경영활동에 이 개념이 전략으로 포함돼야 할 것이다. 리스크의 예측과 회피 또는 관리는 기업의 운명이다. 혹자는 ‘SCM이 기업의 핵심가치’(인하대 민정웅)라고도 한다. 그는 심지어 “SCM은 산업별로 존재하는(주어지는) 게 아니다. 기업 전체의 생태계다. SCM에 의해 산업이 정의된다”고도 한다.
여기서 기업들은 두 개의 과제에 맞닥뜨린다. 필수자원의 내재화와 정교한 분업망의 확보. 현재의 방향에선 다양한 분업망으로 시간을 벌고, 안보적 측면에서 일정 부분의 산업육성이 요구된다. 특정국 의존은 리스크만 키우는 꼴이다.
현재의 갈등을 ‘이상한 냉전’의 시작이라고 본다면 머잖아 합종연횡도 본격화될 수 있다. 그 상황에선 미리 줄 선 자와 줄서기를 강요받은 자가 구별된다. FTA와 같은 기존의 다자간 협정체제는 약화되고, 전략적·정서적 유대를 바탕으로 한 소수의 동맹체제는 견고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미·중 분쟁의 관전법도 중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승자가 누구일까가 아니다. 누가 가장 피해를 적게 입느냐다. 심지어 이런 불리마저도 자신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이근 교수(서울대)는 “공급망 갈등은 당분간은 계속될 것이다. 내년에는 다자간 자유무역체계가 소수 간 합종연횡에 따른 일부 국가 중심의 동맹형 글로벌 가치사슬(GVC)로 대체될 것으로 본다. 특히. 서구권이 한국의 합종연횡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문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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