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도 모르는새 감염돼 ‘조용한 살인자’로 불리는 열대지방 전염병 ‘샤가스병’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11일(현지시간) 인디펜던트지에 따르면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열대의학 및 위생 학회에서 베일러 의대 연구진은 샤가스병이 미국인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밝혔다.

샤가스병은 침노린재(kissing bug)라는 흡혈곤충에 의해 감염되며, 이 곤충이 주로 밤중에 자는 사람의 얼굴을 물기 때문에 브라질 수면병이라고도 불린다.

수혈, 장기이식 또는 모체에 의해 태아가 감염되는 경우도 있다. 샤가스병에 걸리면 심장장애나 장 합병증을 유발해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초기 단계엔 비교적 간단히 치료 가능하지만, 감염 초엔 별다른 증세가 나타나지 않아 ‘조용한 살인자’라는 악명으로 불린다. 전 세계적으로 700만~800만명의 감염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금까지는 멕시코 등 중남미 열대지역에서 주로 감염자가 발생했지만, 최근 몇년 동안 미국 국토의 절반에 달하는 지역에서 감염 사례가 일어나고 있다.

다만 이들의 감염경로는 해외에서 비롯됐다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보고 있다.

그러나 베일러 의대 연구진이 샤가스병에 걸린 휴스턴 주민 17명을 추적한 결과, 이 가운데 최소 6명은 현지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남미에서 걸린 상태로 귀국한 것이 아니라 미국 내부에서 감염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샤가스병 감염자 대부분은 야외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거나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등 침노린재에 물릴 수 있는 환경에 많이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08년~2012년 텍사스 헌혈자를 분석해 6500명 중 1명꼴로 침노린재 감염 양성 반응을 나타낸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CDC가 추정해온 확률보다 50배 이상 높은 것이다.

베일러 의대의 역학 전문가 멜리사 놀란 가르시아는 이에 대해 “샤가스 양성 반응을 나타내는 사람의 비율이 높다는 것뿐 아니라 샤가스병과 관련된 심장질환도 많아지고 있어 놀랍다”고 설명했다.

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