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감독 재심의 결정

선정위원과 후보자간 제척사유 확인

先 선정위원 결정 - 後 후보자 공모

선정위원에 문체부 당연직 2인 포함 등

지원하되 관여 않는 '팔길이 원칙' 어디로?

한국문화예술위는 30일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감독 선정과정에서 불공정 논란이 일자, 전면 재심의 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사진은 2019년 제 58회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 한국관 전시전경 [사진=헤럴드DB]
한국문화예술위는 30일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감독 선정과정에서 불공정 논란이 일자, 전면 재심의 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사진은 2019년 제 58회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 한국관 전시전경 [사진=헤럴드DB]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최근 '미술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감독 선정을 놓고 그 과정에서 잡음이 일었다. 심사위원 1명이 후보자 2명과 같은 기관에 몸 담고 있으면서도 이를 알리지 않아, 전면 재심의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는 "일부 선정위원과 심사 대상자 간 심사 제척사유가 확인돼, 해당 선정위원을 제척 후 재심의 진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상초유의 일이다.

베니스 비엔날레가 미술 올림픽이라면, 한국관 예술 감독과 작가는 국가대표 감독과 선수 정도가 될 것이다. 금메달(=수상)을 노린다면 국내 최고의 감독과 선수를 뽑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그 프로세스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강조해 온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적 정의'가 필수적일 테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드러냈다. 먼저 심사위원 선정이라는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예술위에 따르면 지난 4월에 심사위원을 선정했다. 예술감독 공모는 5월이었다. 심사위원을 먼저 뽑고 그 뒤 후보자를 받다보니 심사위원과 후보자간 커넥션이 생겨날 가능성이 커져 버렸다. 심사위원 리스트가 알음알음 돈 지 오래다. 일각에서는 후보자들을 놓고 "○○○는 심사위원 △△△ 라인"이라는 소문마저 공공연하게 들린다.

심사위원 구성도 예년과 다르다. 기존 국·공립미술관 관계자, 사립미술관 관계자, 기존 한국관 감독, 기존 한국관 작가 그리고 평론가 등 5인으로 구성됐던 심사위원단은 이번 심사엔 무슨 이유에선지 국공립미술관장 2인, 한국관 감독 1인, 독립큐레이터 1인, 평론가 1인으로 구성됐다. 심지어 서류심사인 1차와 PT심사인 2차 심사위원이 같았다. 1차에서 자신이 높은 점수를 준 감독 후보자에게 2차에도 같은 태도를 보일 것임이 명확한데 왜 두 차례나 같은 평가구조를 가져가는지 의아할 수 밖에 없는 지점이다.

또 문제가 된 것은 심사위원에 포함된 당연직 2인이다. 문체부 공무원과 예술위 직원이 각각 심사에 들어왔는데 이들도 투표권이 있다. 올해는 특정 후보자에 대해 4:2로 표가 갈렸는데, 캐스팅 보트를 쥔 쪽이 외부 전문가 심사위원이 아니라 당연직 2인이었다. 정부가 나서 특정 예술인 지원을 배제했던 '블랙리스트'가 문제가 된 것이 불과 4년 전이다. 지난 3월 황희 장관까지 나서 문예위 위원장과 함께 '팔길이 원칙'을 강조하는 ‘한국 문화예술위원회의 자율운영 보장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지만, 전혀 거리두기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선언문을 채택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열리는 미술계 전문가 심사에 행정직 공무원이 참여해 결과를 좌지우지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며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심사위원 선정 등 절차적 문제 외에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이 처한 근본적 모순이 있다. 바로 '재원 마련'이다. 커미셔너인 예술위는 한국관에 약 4~5억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한국관 감독을 지낸 한 큐레이터는 적정 금액으로 10억원을 추산한다. 그는 "배송비와 설치비, 오프닝 운영비에 철거비용까지 드는 비용이 그 정도"라며 "대형관인 일본이나 독일, 미국관 등은 3배가 넘는 예산을 쓴다"고 했다.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예산을 제한 나머지는 감독과 작가가 스스로 펀딩을 받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펀딩 기업에 영향을 받을 공산도 커지고, 비엔날레에 몰두할 에너지도 줄어든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보이지 않는 로비의 집약판이다. 세계 유명 평론가와 유수 미술관 관장 그리고 기자들이 몰려다니며 차세대 작가와 큐레이터를 발굴하고, 또 자신들만의 리그에서 트랜드를 만들어낸다. 오프닝 기간에 수많은 공식 만찬과 프라이빗 파티, 칵테일 아워가 있는 이유다. 혹자의 눈에는 그저 흥청거리며 노는 것으로 비칠지 모르나, 그같은 혼돈 속 작가는 자신의 세계관을 알리고 국가관 예술감독들은 본국의 문화 저력을 과시한다. 요샛말로 모든 관계자가 '노오오력' 해야 원하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지경이다.

한국관은 베니스비엔날레 국가관 중 그 규모가 가장 작다. 그래도 아시아 국가 중에는 일본과 한국만이 국가관을 보유하고 있다. 그것도 고(故) 백남준 작가 덕이다. 한국관을 공동설계한 프랑코 만조쿠 이탈리아 베니스대 교수는 2018년 한국관 확장을 주장하면서 '피콜로(picolo·작다)'라고 표현했다. 언제까지 '피콜로'한 국가에 머물 것인가. 정치싸움으로 번져버린 라인 밀어주기와 땡겨주기, 팔길이 원칙을 무시한 국가의 관여가 있는 한 요원한 일이다.


vi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