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아프간 특사 “탈레반, 5월 이후 아프간 50개 넘는 지역 새로 장악”

美·나토, 9월 철군 완료 목표는 불변…상황 따른 속도 조절 가능성 열어둬

2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 주(州)에서 아프간 정부군 소속 군인들이 탈레반과 교전을 벌이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
2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 주(州)에서 아프간 정부군 소속 군인들이 탈레반과 교전을 벌이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을 본격 진행하면서 발생한 ‘힘의 공백’을 틈타 탈레반 반군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22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과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데보라 라이언스 유엔(UN) 아프가니스탄 특사는 전날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탈레반이 5월 이후 아프간 내 370개 지역 중 50개가 넘는 곳을 새로 장악했다고 말했다.

라이언스 특사는 탈레반이 장악한 지역이 각 주(州)의 수도들을 둘러싸고 있는 곳에 집중돼 있다며 “외국 군대가 완전히 철수하면 즉각 주도를 점령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라이언스 특사의 발언대로 50개 지구가 한두 달 사이에 탈레반에게 넘어갔다면 정부군과 탈레반 사이의 균형이 깨져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데보라 라이언스 유엔(UN) 아프가니스탄 특사의 모습. [UN]
데보라 라이언스 유엔(UN) 아프가니스탄 특사의 모습. [UN]

아프간 내 지역 곳곳이 탈레반의 수중에 넘어갔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AP통신은 아프간 북부 쿤두즈 주 내 이맘 샤히브 구역을 둘러싸고 탈레반과 정부군 간의 전투가 벌어졌으며, 탈레반이 결국 이 지역 행정 본부와 경찰 당국을 장악했다고 전했다. 이맘 샤히브는 아프간 북부 타지키스탄과 맞닿은 국경 지대 주요 지역으로 중앙아시아와 이어지는 대표적인 길목으로 꼽힌다.

이 밖에도 최근 며칠 동안 탈레반은 바글란과 발흐 등 3개 주에서 영역을 넓혔다. AP는 “사실이라면 북부 5개 주와 수도 카불을 연결하는 주요 도로를 탈레반이 장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아프간 정부군도 통제권을 잃은 지역을 탈환하기 위한 대규모 공격을 개시할 것이라고 밝히며 아프간 내 포성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프간 내 상황이 악화되면서 철군을 서두르고 있는 미국과 나토의 입장도 곤란해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 주(州)에서 아프간 정부군 소속 군인들이 탈레반과 교전을 벌이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
2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 주(州)에서 아프간 정부군 소속 군인들이 탈레반과 교전을 벌이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

미국은 9월 11일까지 완전히 철군하겠다는 목표엔 변함이 없다면서도 상황에 따라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취재진에게 “탈레반이 지역 센터에 대한 공격을 계속함에 따라 아프간의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며 “우리는 현 상황이 어떤지, 철군에 필요한 부가적인 자원은 어떤지, 우리가 가진 기능이 어떤지 매일 꾸준히 살펴보고 있으며 이 모든 결정은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아프간의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25일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