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개선 더딘데 물가상승
스테그플레이션 우려 고조
국영기업 선물주문도 통제
증권사 투자전망에도 재갈
중국이 원자재 가격을 잡기 위해 정부 비축물량을 시장에 풀기로 했다. 국영기업에 대해서는 해외 공급망 위험관리도 들어간다. 중국의 정부 비축분 방출은 사상 처음이다. 원자재 값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전면에 나선 모습이다.
중국 국가식량·물자비축국은 16일 구리, 알루미늄, 아연 등 원자재 비축물량을 단계적으로 시장에 풀겠다고 발표했다. 원자재는 공개 입찰을 통해 비철금속 가공·제조기업들에 제공될 예정이다.
상하이의 한 투자관리사 원자재 책임자는 “정부가 비축 원자재를 시장에 푸는 것을 지금까지 한번도 본적이 없다”며 “단기 공급이 늘고 시장에 가격 하락 신호를 보내는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해외 언론은 중국 정부가 비축분 방출 뿐 아니라 국영기업에 대해 원자재 재고와 해외 공급망 위험관리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따라 중국 국영기업은 앞으로 원자재 선물 포지션까지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싱가포르 자오바오는 중국 정부가 증권사 보고서까지 통제해 변동성이 높은 원자재에 대해 낙관적인 주가 전망을 내놓지 못하게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은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생산비용이 오르면서 소비자가에 반영되며 중국의 경기 진작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 5월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9.0% 오르며 1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5월 중국의 산업생산, 소매판매, 고정자산투자 등 주요 경제 지표는 모두 시장 전망에 미치지 못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원자재 가격 통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내놓으면서 자국내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국제 원자재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원자재 값 상승은 중국의 소비 증가가 주된 원인이다. 산업부문 핵심 원자재인 구리는 중국의소비량만 지난해 1400만t으로 전세계 수요의 48.7%를 차지했다.
투자자들은 비축물량 방출에도 원자재발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으면 중국 정부가 더 극단적인 행보를 보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기업들의 원자재 사재기를 막는 강력한 조치는 물론이고 투자활동에까지 관여하려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평가는 부정적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의 노력은 헛수고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중국은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지도 않고, 가격이 떨어지면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희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