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시위자 옆에 조력자 있어도 집시법상 집회 아냐”

주한 미국대사관.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주한 미국대사관.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평화적 1인 시위라면 장소가 미국대사관저 앞이라도 보장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A경찰서장에게 1인 시위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관련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재발 방지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9일 밝혔다.

진정인 B씨는 경찰이 2019년 10월 미대사관저 정문 앞에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인상 반대 릴레이 1인 시위를 하려는 사람들을 제지하고, 시위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지우게 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A서장 등은 당시 1인 시위 참여자 주변에 영상 촬영 등을 하는 동행인들이 있었고, 시위 일주일 전 미대사관저 월담 사건이 발생해 미 정부로부터 대사관 보호 강화 요청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 때문에 관저 정문 앞이 아니라 관저 경계 지점 울타리에서 2m 이내에 있는 서울 중구 정동 분수대 방면 인도로 이동해서 1인 시위를 진행하도록 안내했다고 진술했다.

2019년 10월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회원들이 미국대사관저에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반대하는 기습 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 [연합]
2019년 10월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회원들이 미국대사관저에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반대하는 기습 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 [연합]

우선 인권위는 릴레이 1인 시위와 사진·영상 촬영을 위한 협조자가 있는 경우에도 모두 1인 시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2인 이상이 동일 시간·장소에 있다고 해서 집회로 본다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봤다.

인권위는 “1인 시위자 옆에 다수인이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시간대에 시위 현장에 머물렀더라도, 그것이 시위자를 조력하는 것에 불과하고 다중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이는 것에는 미치지 않는다면 집시법상 집회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정동 분수대 근처 1인 시위도 무신고 집회로 단속이 가능했을텐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단속이 오로지 미대사관저 정문 앞의 1인 시위를 막기 위한 것 때문”이라고 봤다.

아울러 1인 시위 참여자들이 소수에 그친 만큼 시위 제지가 침해의 최소성 원칙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 구체적 위법 행위가 발생하지 않아 경찰관직무집행법의 행정상 즉시강제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그밖에 인권위는 공관 지역을 보호해야 한다는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대해서는 “공관 지역에서의 1인 시위를 금지하는 등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근거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