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정당사를 새로 쓸 ‘30대 당대표’의 탄생 여부가 곧 판가름 난다.

흔히들 ‘정치는 생물’이라지만 돌이켜보면 새삼 놀랍다. 이준석 후보가 지난 4월 라디오에서 처음 출마 의사를 밝혔을 때까지만 해도 ‘조롱’에 가까웠던 여의도 기류는 ‘설마’와 ‘이러다’를 거쳐 이제는 ‘이준석 대표’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일련의 흐름은 마치 한 편의 흥미진진한 미드(미국 드라마)를 본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한 정당의 전당대회가 이렇게까지 재미 있을 일인가 싶다. 실제로 지난 7~8일 이틀간 진행됐던 국민의힘 당대표선거 모바일 당원투표는 36.16%라는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9~10일 이어질 ARS투표까지 합산하면 최종 투표율이 50%를 넘길 것이란 전망까지도 나온다. 결국 그만큼 관심이 쏠렸다는 의미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흥행은 앞서 진행됐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라는 대조군이 있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조심스럽게 고백하자면 민주당 전당대회는 정치부 기자로서도 정말, 너무나도 재미가 없었다.

그사이 ‘이준석’ 석 자 뒤엔 ‘돌풍’ ‘바람’ ‘태풍’이라는 수식어가 검색어 자동완성처럼 따라붙었다. 언론에서는 매일 ‘공정’을 내세운 이 후보가 상징하는 변화, 개혁, 세대교체 요구에 대한 담론이 쏟아진다. ‘장강의 뒷물결’ 운운하는 중국 격언마저 식상해진 느낌이다.

똑같은 분석을 되풀이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준석 현상’은 오는 11일 전당대회가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당선 여부와는 별개로, 이 후보의 선전은 한국정치가 ‘이제 이대로는 안 된다’는 국민들의 경고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해묵은 계파 논쟁, 네거티브 공방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 이유기도 하다. 한순간에 ‘교체의 대상’이 돼버린 중진 후보들로서는 답답할 만도 하다 싶지만 ‘누구는 누구네 계파라더라’ ‘모계파의 수장과 만났다더라’ 식의 공격으로는 ‘바람’을 막기 어렵다.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서 횡행하는 ‘이준석이 누구랑 친하다더라’ ‘이준석에 눈도장을 찍으려면...’ 식의 구태도 이제는 발을 붙이기 어려워질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인터뷰를 했던 한 의원은 ‘이준석 현상’에 대해 “두렵다”고 했다. 기득권에 안주하느라 자정 기능을 잃고 자연스러운 세대교체 기회를 외면한 한국정치에 국민이 직접 매를 들었다는 인식이었다. ‘이준석 현상’이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정치개혁의 신호탄이 돼야 하는 이유다.

이 후보와 가끔 설전을 벌이곤 하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앞서 우리 사회를 이끌어온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두 개의 거대 서사가 끝났다고 진단했다. 다음 서사가 무엇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현재는 ‘공정’이라는 시대정신이 가장 많이 회자된다.

이준석으로 상징되는 ‘이준석 효과’는 지금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