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시작된 후 수백 년 동안 장비는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 장비들 중에서 오늘날 골퍼가 입는 옷은 가장 크게 발전한 장비 중 하나이다. 참고로 골프룰에서 장비라는 용어의 정의는 “플레이어가 사용하거나 착용하거나 들고 있거나 운반하는 모든 것을 말한다.” 이다.스코트랜드의 목동들이 심심풀이로 즐기던 골프를 귀족들이 가져다가 젠틀맨 스포츠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최고 귀족과 부유층들이 독점했었다. 그래서 나타난 골프 복장이 넥타이를 메고 양복을 입은 골퍼들이 플레이하는 부자유스러운 모습이었다. 그 이후 골프가 대중화 되면서 골프 복장은 눈부시게 발전하여 골퍼들의 스윙에 자유로움을 주는 기능성 원단으로 멋을 낸 오늘의 골프의상이 나타났다.한국의 골프문화는 전 세계에서 비교할 수 없는 우리만의 특성을 가지고 발전해 왔는데, 특히 옷에 대한 한국 골퍼의 욕심은 끝이 없는 듯 하다. 옷이 날개라는 우리 속담도 있기는 하지만 골프의상을 통한 골퍼들의 과시욕은 점점 과열되고 있다. 한 때 등산 가는 사람의 옷차림으로 얼마나 비싼 옷을 입었는지 계산이 가능하고 그 사람의 경제능력을 짐작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제는 얼마나 값비싼 옷을 입고 라운드에 나오는지가 화제가 되기도 한다. 고가 브랜드의 옷을 대여해 주는 비즈니스가 나타난 것은 전세계 골프 미디어의 토픽 감이다. 외국 명품 브랜드가 한국시장에서 골프의상을 론칭하려고 한다는 소문도 들린다. 골프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은 좋지만 고가의 옷들은 골프 대중화에 방해가 된다. 비싸도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멋진 골퍼로 인정받으려면 비싼 옷을 입을 것이 아니라 우선 골프 에티켓과 룰을 지킬 줄 알고 상대를 배려하면서 플레이 해야 한다. 거기에다가 볼을 잘 치면 금상첨화이다. 그 골퍼가 얼마나 비싼 옷을 입었는지를 먼저 살피는 것은 외모로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것과 다름없다. 골퍼의 멋은 그 사람의 골프실력과 상식, 그리고 인품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돈으로 살 수 없다. 함께 한 라운드를 해 보면 그 사람의 인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데 비싸고 화려한 의상을 입었다고 감춰지는 것은 없다. 오히려 내용물은 부실한데 포장만 요란한 선물을 받은 것처럼 큰 실망감을 줄 수도 있다.골프를 칠 때 입는 옷은 편하게 플레이 할 수 있는 깨끗한 것이면 되고 라운드 마다 새로운 의상을 입을 필요도 없다. 외국 명문 골프장의 의상 규정을 보아도 청바지를 금지하고 상의는 꼭 카라가 있는 셔츠를 입어달라는 정도이다. 영국의 R&A나 미국의 USGA 홈페이지에 가면 골프룰 교육용으로 만들어서 올린 동영상들이 있다. 그 동영상에 등장하는 골퍼들의 복장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실용주의적이고 겸손한지 쉽게 느낄 수 있다. 비싼 옷을 입고 골프장에서 찍은 사진들을 SNS에 올리는 MZ세대를 이해할 수 있지만 자기의 취미가 골프임을 증명하는 한 장의 사진이면 충분하다. 넘치면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는 과유불급의 진리는 모든 세대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온통 화려한 고가의 브랜드로 치장하고 나온 골퍼를 바라보는 시선들 중에는 그 골퍼가 그 옷을 입을만한 수준 높은 골퍼인지 확인해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결국 비싸도 사는 사람은 사겠지만 비싼 옷이 그 골퍼의 수준을 높여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골프 대디였던 필자는 미국 유학을 거쳐 골프 역사가, 대한골프협회의 국제심판, 선수 후원자, 대학 교수 등을 경험했다. 골프 역사서를 2권 저술했고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라는 칼럼을 73회 동안 인기리에 연재 한 바 있으며 현재 시즌2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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