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 이어 태국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위한 기업 결합심사가 속속 통과되고 있지만 정작 통합 국적항공사 출범이 우리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가능성이 낮은 항공운임 인상 가능성보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항공 역량 확보를 위해 빠른 심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쟁제한성 연구용역 기간을 5개월 더 연장하면서 통합 국적항공사 출범도 차일피일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연구를 맡은 서강대 산학협력단은 두 항공사가 통합된 이후 항공운임이 인상되거나 소비자의 마일리지 혜택이 감소할 우려가 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2005년 하이트와 진로의 합병 당시처럼 공정위가 5년간 가격을 소비자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인상하지 못하도록 한 조치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결합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출발지와 목적지의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고 출발과 구매 시점 등 시기가 천차만별인 항공운임 체계를 일반소비재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실제 항공권 판매가격은 한 노선에서도 천차만별인 만큼 인위적인 가격상승률을 측정하기 어렵다.
게다가 관련 국가의 정치·경제적 이슈, 전염병 확산 여부, 유가나 환율 등 다양한 외생 변수에 따라 가격을 조정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해외 어느 국가도 정부 차원에서 판매운임을 통제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항공산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에서도 “외항사나 저비용 항공사(LCC)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 통합 국적사가 급격히 항공운임을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소비자 편익 수준이 저하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역시 지난 2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시 운임 체계가 굉장히 복잡하기에 사전에 인상 여부를 예단하기 어렵고 충분히 경쟁이 심하기에 자율적으로 요금과 운송료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백신 접종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항공업계 재편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라도 기업결합심사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여객기의 하부 화물칸 공급 감소에 따른 화물 가격급등이라는 일회성 요인으로 간신히 실적을 방어해내고 있다. 사업구조 자체가 경쟁력을 회복한 것이 아니다. 기업결합심사가 지연되면 아시아나항공과 그 자회사들이 재무적 위기에 빠질 수 있다. 그럴 경우 인수를 위해 다양한 재무적 준비를 해온 한진그룹에도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 항공운임은 중요한 요소가 분명하다. 그러나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을 제때 재편하지 못하면 생기는 파열음은 소비자 편익을 더욱 크게 저해할 것이다. 경쟁 당국이 국내 항공산업 생존이라는 통합의 목적과 명분을 고려한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