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반도체 유치 총동원” 사실상 총력전 선언

1980년대 세계 반도체 점유율 50% 이상 장악→2019년 7%로 추락

‘믿는 구석’ TSMC와 밀월관계 강화, “현재 구도 바꾸기 어렵다” 지적도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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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주요국들의 패권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옛 최강자’ 일본도 도전장을 던졌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최근 경제 안전보장 관점에서 반도체 산업을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한 성장전략 원안을 마련했다. 사실상 가용 자원을 모두 활용하는 총동원 정책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지난 4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반도체 등 디지털 산업의 기반 강화를 위한 새로운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에는 해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유치 등을 염두에 두고 반도체 산업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경제산업상은 이번 전략과 관련 “민간사업 지원의 틀을 넘어 국가사업으로서 대처한다”며 “반도체는 ‘잃어버린 30년’의 반성과 지정학적 변화를 감안해 확대정책 전환을 도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유치를 위해서는 디지털 산업을 육성해 수요를 확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으며, 이를 위해 5세대 이동통신(5G),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의료로봇 등 분야의 디지털 투자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현재 일본은 전체 반도체의 약 64.2%를 수입하고 있으며 대만·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특히 스마트폰 등에 사용하는 최첨단 반도체는 대부분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자료에 의하면 특히 회로 선의 폭이 10나노미터(1㎚=10억분의 1m) 미만인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첨단 반도체 제조 능력은 현재 대만이 세계 시장의 약 90%를 장악하고 있다.

1980년대까지 전세계 반도체 시장은 일본이 지배한 바 있다. NEC가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글로벌 상위 10개사 가운데 일본 기업이 6개나 올라가 있었다. 일본 기업의 전체 시장 점유율도 50%를 훌쩍 넘었다.

하지만 미국 상무부가 일본 전자제품들에 대해 본격적인 견제에 들어가고, 일본 내부적으로도 ‘버블 붕괴’로 장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산업까지 몰락하는 쓴 잔을 맛보게 됐다. 지난 2019년 기준 일본의 글로벌 반도체 점유율은 7%까지 떨어졌다.

일본이 공격적인 정책을 앞세워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일본 정부의 ‘믿는 구석’은 대만의 TSMC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TSMC의 이바라키현 연구개발(R&D) 거점 조성 사업에 약 190억엔(약 1925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밀월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내각 관방의 한 간부는 “일본 기업 단독이 아닌, 해외 기업과의 연합을 목표로 하겠다”고 언급했다. 향후 TSMC 이외에도 유력 해외 반도체 기업의 유치 및 인수, 기술협력 등에 적극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반도체 제조 장치·소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한국과 대만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매년 수십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투자가 불가피하다”며 “현재 구도를 바꾸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