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경찰·검찰, 상사 ‘눈치보기’ 만연
양성평등관, 인사고과에 역량 제한
성고충담당관도 계약직에 제약 커
군검찰, 공군본부 군사경찰단 압색
2013년과 2017년, 그리고 2021년까지 군 상관에 의한 성폭력 피해로 세 명의 여성 군인이 세상을 떠났지만 바뀐 것은 없었다. 전문가들은 폐쇄적이고 집단주의 문화가 강한 군대 안에서 성폭력을 근절하려면 결국 독립적인 외부기관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군내 성폭력 근절 및 대책을 위한 제도는 차고 넘치지만 군 인식이 이를 따라잡지 못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국방부는 4일 국방부 검찰단이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 수사를 위해 공군 본부 군사경찰단과 공군 제15비 군사경찰대대를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성추행 신고가 이뤄진 지 석달,피해자인 공군 부사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지 14일 만이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여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은 해당 부대 내 회유 및 협박, 은폐 정황뿐만 아니라 20비행단 군사 경찰의 부실수사 정황이 포착돼 공분을 사고 있다. 이 때문에 군 검찰과 군사경찰, 국방부는 합동수사단을 구성했다.
성고충상담관을 지낸 경험이 있는 전직 여군은 “가해자뿐만 아니라 그 외 부대의 상사나 원사, 준위가 헌병에게 전화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결국 군경찰과 군검찰도 자신의 윗사람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폐쇄적인 군대문화 특성상 네트워크가 좁다. 국방부에서 합동수사를 벌인다고 해서 과연 유의미한 결과를 내놓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같은 불신으로 군 검찰은 창설 이래 처음으로 수사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 수사심의위원회에는 법조계를 비롯한 학계, 시민단체 인사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또 성폭력 피해자 보호 등에 대한 전문적인 조언을 위해 성폭력 사건 관련 전문가들도 심의위 위원에 포함된다.
2019년 국방부의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 경험을 인지하고 신고한 비율은 32.7%에 그쳤다. 보고하지 않은 피해자들의 44%는 ‘아무 조처도 취해질 것 같지 않았다’는 이유를 댔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제도가 아무리 마련돼 있어도 그 제도를 이행하는 행위자들의 문화가 바뀌지 않으니 문제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며 “실제 문제해결이 어렵다고 학습된 여군들은 상담 자체를 하기를 꺼린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방부는 2010년과 2013년, 2017년 상관에 의한 성폭력으로 여군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군내 성폭력 종합대책’ 등 다양한 개선책을 내놨다. 군 내에는 성폭력 예방 및 성 관련 고충 상담 업무를 수행하는 민간전문 인력으로 성고충전문상담관과 군무원·현역으로 구성된 양성평등담당관이 성폭력 관련 고충을 상담하과 관리하도록 인력 배치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직속상관에 의한 인사평가 시스템으로 인해 해당 인력들이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육군 장교(여·40대)는 “양성평등담당관 같은 경우, 현역 고위직 여군이 상당수를 차지하는데 군 내에서 생존하기 위해 ‘가해자중심적 사고’ 문화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자신의 승진 문제도 관련돼 있기 때문에 적극 나서기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방 팀장은 외부 민간전문인력으로 구성된 성고충전문상담관의 경우 “계약직이고 고과를 부대에서 받다보니 고용문제가 얽혀있다”며 “또, 피해자를 밀착지원을 하고 싶어도 수사정보나 내부 흘러가는 정황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기 어려워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김은경 젊은여군포럼 대표는 지난 2019년 군인권센터와 젊은여군포럼,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군의 특수성 중 하나는 집단주의 문화”라며 “군의 집단주의는 개인 구성원, 특히 소수자 여군에게 가늠할 수 없는 무게를 지게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인사문제로 인해 고충을 신고해도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문재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