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연극인들의 ‘세월호’ 기억하기
몸짓으로 표현한 재난과 환경 이슈
코로나19 경험을 연극으로…간접 체험 제공
‘지금, 여기’의 이야기로 돌아간 무대
기억하고 극복하고 일깨우는 이야기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무대가 ‘지금, 바로 여기’의 이슈를 말한다. 기억해야 할 이야기 ‘세월호’, 극복해야 할 ‘코로나19’, 지켜야 할 ‘환경’ 등 공연예술계가 우리 시대의 화두를 무대로 올리고 있다.
▶ 기억해야 할 이야기 ‘세월호’=기억을 통해 가라앉은 이야기를 끌어올리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계속된 연극계의 목소리는 올해에도 멈추지 않았다.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는 2015년부터 해마다 ‘세월호 프로젝트’를 통해 50여편의 세월호 연극 신작들을 발표해왔다. 세월호 프로젝트는 세월호 참사 이후 상실과 부재의 구현을 고민하는 극단들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을 무대 위에서 만날 수 있는 연대의 장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사회에 ‘연극적 질문’을 던지고 응답을 시도하고 있다.
참사 7주기를 맞는 올해에는 젊은 연극인들이 모여 ‘남아있는 자’들을 이야기한다. ‘살아갈, 사라진, 사람들: 2021 세월호’라는 주제로 3일부터 선보인다. 혜화동 1번지 관계자는 “7주기를 맞으며 우리가 실제로 마주했던 세월호 참사를 막연한 누군가 혹은 알 수 없는 누군가의 고통으로 다루지 않기 위한 기획으로부터 출발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사회의 현재를 성찰하는 과정이다. 그러면서 “그동안 우리도 모르게 ‘희생자’, ‘유가족’, ‘생존자’ 등 추상화된 인간이 아닌 구체적인 사람을 만나기 위해 노력해보고자 기획했다”고 밝혔다.
총 3주에 걸쳐 6편의 작품과 한 편의 전시가 관객과 만난다. 오는 3~8일(혜화동1번지)에는 ▷ 당사자와 함께한 시간과 그 시간 동안 함께 나눈 호흡을 관객과 공유하는 ‘숨’(래빗홀씨어터, 윤혜숙 연출) ▷두 사람의 몸에 각인된 기억의 감각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환기하는 ‘모자’(쿵짝 프로젝트, 임성현 연출) ▷올해로 스물다섯이 된 동갑내기 97년생의 이야기를 다룬 ‘스물 다섯’(프로젝트그룹 쌍시옷, 송정안 연출)이 무대에 오른다. 2주차인 10~13일에는 ▷참사 이후 세월호 어머니의 기억 여정을 따라가는 ‘기억여행’(4.16가족극단 노란리본, 김태현 연출), 3주차인 15~17일에는 ▷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거리’와 그 ‘거리 두기’의 어려움에 대한 질문으로 출발한 ‘거리두기’(0set프로젝트, 신재 연출)가 이어진다. 온라인 전시 ‘세월호를 핑계로’(엘리펀트룸, 김기일 연출)는 지난 7년의 기억을 보여준다.
발레는 ‘몸짓’으로 세월호의 이야기를 꺼낸다. 올해로 11회를 맞는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공모 선정작으로 무대에 오르는 김용걸댄스씨어터의 ‘하늘, 바람, 별 그리고 시’는 세월호 참사로 별이 된 아이들을 표현한 작품이다. 안무를 맡은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는 세월호 참사를 무대로 옮기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2014년 9월 초연, 세월호를 주제로 한 ‘빛, 침묵, 그리고…’는 올해로 세 번째 시즌을 맞아 지난 4월 관객과 만났다.
김용걸 교수는 “얼마 전 세월호 참사 7주기였는데 ‘별’에선 사고로 죽은 아이들이 하늘에 올라 별이 됐을 거로 생각하며 안무했다”고 말했다. 애초의 제목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었으나 작업 과정에서 달라졌다. 김 교수는 “윤동주 유고 시집의 제목을 보고 끌려 차용했다”고 전했다.
▶ 극복해야 할 팬데믹·지켜야 할 ‘환경’=지난 한 해 전례 없는 팬데믹이 당도한 공연예술계는 위기의 연속이었다. 어디가 끝인지 모르는 ‘출구 없는 터널’이 끝도 없이 이어지며 온몸으로 절망을 체감했다. 올 들어 무대는 감염병에 정면도전한다. 턱밑까지 따라와 위협했던 코로나19를 무대 위의 주제로 끌고 온 창작진의 저력이 인상적이다.
극단 산은 지난해 여름 연극 ‘ 현대사 다르게 보기- 짬뽕&소’(이하 짬뽕&소)로 인해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곳이다. 당시 김원해 허동원 서성종 등 15명의 배우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로 인해 방송계까지 여파가 미쳤다. 올해는 달라졌다. 무겁게 짓누르던 경험은 무대에서 풀어냈다. 대학로 연극 최초 코로나19 확진 경험을 다룬 블랙코미디 ‘어느 날 갑자기’(3~13일·예술공간 혜화)를 통해서다. 연출은 윤정환 극단 산의 대표가 맡았다.
극단 관계자는 “우리의 직·간접적인 경험을 담아 코로나19 확진 이후 생활치료센터와 병원 치료 과정에서 나오는 인물들의 상황과 갈등을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냈다”고 말했다. 연극은 관객 입장부터 퇴장까지 “입소와 퇴소를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재난 상황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연출”했다. 격리시설인 생활치료센터와 중증환자를 다루는 병원까지 아우르며 코로나19 확진 이후의 상황을 전달한다. 극단 산 측은 “비극과 같은 이 상황을 살짝 비틀어 ‘비극적이지 않게’ 표현하고 우리가 처한 상황을 유쾌하게 보여주며 공감과 따뜻한 웃음을 전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몸짓으로도 기후위기와 환경을 이야기할 수 있다. 발레는 세계적 화두이자 우리 시대의 가장 시급한 문제인 환경 이슈를 문제를 표현한다. 대한민국발레축제의 공모 선정작인 이루다 블랙토의 ‘디스토피아’(오는 19~20일·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는 환경 문제와 인간 사회의 이기심을 바탕으로 현대인들의 비극적 미래를 예측하며 유토피아를 꿈꾸는 인간의 디스토피아 속 멸망을 표현한다.
작품의 안무를 맡은 이루다 대표는 “팬데믹 상황을 비롯해 환경 문제가 심각한데 멸망이 다가오는 게 아닐까 걱정이 들어 위기의식이 들었다”며 “모든 소품과 의상을 재활용품과 일회용품 쓰레기로 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