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농촌 들녘은 ‘부지깽이도 춤춘다’는 농번기다. 부지깽이는 아궁이에 불을 땔 때 불을 헤치거나 끌어내거나 거두어 넣거나 하는 데 쓰는 가느스름한 막대기를 이른다. 이 막대기도 일을 거들어야 할 만큼 농사일이 매우 바쁜 시기를 의인화 한 말이다.
경북지역에는 요즘들어 본격적인 농번기가 찾아 왔지만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인력수급 문제에다 농자재 가격 인상까지 겹치면서 농민들 시름이 깊이 파인 이마의 주름살 마냥 깊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더더욱 농심이 타들어 가고 있다. 지역 농민들이 일손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다. 인구감소·고령화, 인건비 상승, 코로나 여파로 3중고를 겪고 있다.
대부분 초고령화 지역으로 일꾼 구하기가 어렵고 용하게 일꾼을 구해도 인건비 상승으로 고심이 깊어진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외국인 근로자들 입국이 거의 끊겨 일손 부족 현상이 심화, 농민들이 발을 동동 굴리고 있다.
여기에 경북도가 참여형 일손돕기를 추진하고 각 시·군에서 이른바 농촌일손 지원단 등을 구성해 지역 농가돕기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기대 심리와 희망 고문으로 많은 농민들의 속만 더 상하게 하고 있다.
농민들은 부족한 일손을 메꾸기 위해 가족에 지인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그나마 해마다 여름이면 대학생들이 농활을 한다고 찾아와 일손을 거들었지만 그것 마저도 코로나 장기화로 기대하기가 어려워 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는 농사를 포기해야 한다’는 푸념을 늘어놓는 목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린다. 농민들은 지난해 농번기 일당은 8만원 선이었으나 올해는 12~15만원까지 올랐다. 인력 수급도 어려운데 일당마저 올라 농사를 지어봤자 적자라는 것이다.
영양에서 수박 농사를 짓는 70대 한 농부는 농번기 매년 도심에서 생활하는 자식들 손을 통해 부족한 일손을 충당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대하기 어려워, 인력을 사려했으나 비싼 인건비로 농사를 짓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의성에서 마늘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부는 마늘밭 작업을 할 인력을 구하지 못해 잠이 오지 않을 지경으로, 조만간 다가올 마늘 수확 철에는 인력난이 더 심해질 것 같아서 벌써부터 인력 소개소와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농촌 들녘은 답답함만 가중되고 있다.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는 외국인 인력이 아니더라도 농사를 마음놓고 지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농촌 지역 일손 부족에 따른 어려움을 하나의 조그마한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지 말고 농민들의 먹물같은 심정을 어루 만질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절실해 보이는 대목이다.
농업정책 당국이 귀담아 듣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최근 경북 군위 한 들판에서 만난 80대 한 촌로(村老)의 성가시지 않는 언성을 옮긴다. “그나마 인력난을 조금이나마 완화하려면 정부와 정치권은 일자리가 없어 허덕이는 대도시 사람들을 농촌 들판으로 향하게 하는 정책을 펴면 될 것이다”
대구경북취재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