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손실보상 소급적용은 재정형평 철학상 안되는 문제’
결사반대 외치지만, 의원 100명 이상 요구에 현실적 어려움
고위층 국회 찾아 합리적인 여당 의원들과 타협점 찾기 나서
“정치현실상 소급적용 말할 수밖에…입법 당일적용으로 하자”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손실보상 소급적용은 형평성 문제 차원에서 재정철학에 반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번엔 끝까지 갑니다.” “이번 논란을 길게 이어가기 보다 정치현실을 이해하고 시행령 준비시간을 최대한 줄여 입법 당일부터 바로 손실보상을 적용한다는 수준으로 여당과 협의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기획재정부가 여당과 손실보상법 타협점 찾기에 나섰다. 소급적용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의원 100명 이상이 손실보상 소급적용을 요구하는 것을 행정부가 무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이미 재난지원금으로 지원을 했고, 자영업자 이외에도 코로나19로 고통을 받은 국민이 많기 때문에 재정형평성 차원에서 소급적용은 철학적으로 맞지 않는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천문학적 재정이 소요된다는 현실적 고려도 감안됐다.
27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한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약 2개월 전부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당 중진 의원 등과 만나 손실보상법 관련 의견을 교환했다. 소급적용을 과격하게 주장하는 일부 의원이 아닌 기재부 입장에선 ‘합리적인’ 의원들과 의견 교류에 나선 것이다. 자리에선 소급적용이 재정여건 등을 감안했을 때 불가능하고 결국 입법 당일부터 적용한다는 수준으로 가야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오고 갔다.
구체적인 대안으로 손실보상법 ‘입법 당일 기준 보상 대상자 지정’이 언급된 이유는 기재부 입장에서도 정치권 입장에서도 한발씩 양보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통상 입법이 되더라도 시행령 준비 등 2~3개월 가량 시간이 걸린다. 이를 당겨 입법 당일 적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가 시행령 준비를 미리 마치는 등 물리적 어려움만 감수하면 소급적용은 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손실보상을 당길 수 있다. 정치권 입장에서도 현실적 여건을 감안한 상태에서 가장 이른 시기를 손실보상 기준으로 잡았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최종 결정권자인 청와대가 앞으로 여당에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갈 수 있다는 점도 기재부가 여당과의 타협점 찾기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설명됐다. 현재는 기재부 차관 출신인 안일환 청와대 경제수석이 있는 등 청와대도 기재부 논리에 공감하고 있지만, 당 요구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 입장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소급적용이 실제로 적용되면 최대 100조원에 달하는 재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대부분 국채발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미국, 일본, 독일, 캐나다, 스위스 등이 모두 국채발행 후 국책은행이 매입하거나 보증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프랑스도 명목상 기금이지만, 사실상 혈세가 들어갔다. 최근 국공채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재정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나라살림을 책임지는 기재부 입장에서는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기재부는 이와 관련 입법 당일부터 손실보상 적용을 한다면 엄밀히 말했을 때 소급적용이 아니기 때문에 철학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면서도 국회의원이 의견을 주면 정부 입장에서는 당장 안 된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사석에서 일단 살펴보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여당 내에서도 일치된 의견이 없기 때문에 정부가 무언가를 고민한다, 안 한다를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