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만에 가상자산 시가총액 1473조원 증발…삼성전자 3개 사라져

비트코인, 한달새 반토막…이더리움, 주말·휴일에 30% 이상 하락

각국 정부의 규제정책에 국내 금융권도 거리두기…'코인러' 패닉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이 최근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사진은 비트코인.[123RF]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이 최근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사진은 비트코인.[123RF]

[헤럴드경제=박이담·이태형 기자]“코인러(가상자산 투자자)에게 5월은 가정파괴의 달입니다”

20대 직장인 A씨는 잔인한 5월을 보내고 있다. 이달 들어 지지부진했던 가상자산 시장에서 투자 원금 3000만원을 거의 날리자 일주일 전 5000만원을 신용대출 받았다. 가상자산 가운데 그나마 안전하다는 이더리움을 전액 매수했지만 지난 19일 석가탄신일에 20%대 폭락을 경험했다. 손실이 커져 마음이 급해지자 이더리움을 손절하고 가상자산 파생상품까지 손을 댔다. 그러나 결과는 지난 주말 하락장에서 4000만원 손실이다. A씨는 “20대 마지막에 너무 비싼 인생 수업료를 지불하게 됐다”며 "앞으로 2년간은 월급의 절반을 대출 갚는데 써야겠다”며 망연자실했다.

미국, 중국 등 G2를 비롯한 각국 정부가 내놓은 가상자산 규제 탓에 해당 자산의 가격이 급락하면서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4일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고점 대비 50% 넘게 줄어들었다. 이달 12일 2860조원이었던 시총은 24일 오전 기준 1387조원으로 폭락했다. 2주도 안되는 기간 동안 1473조가 증발했다. 삼성전자(시가총액 478조원) 세 곳이 사라진 셈이다.

주요 가상자산들도 큰 낙폭을 보였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에 따르면 24일 오전 기준 비트코인은 4278만원에 거래 중이다. 이날 장중에는 4000만원이 붕괴되기도 했다. 지난달 13일 8073만원을 기록했지만 한달여만에 반토막났다. 특히 이달 들어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이달 23일 가운데 16일이 하락마감했고 10% 이상 하락한 날도 이틀이나 됐다.

이더리움은 24일 오전 268만원에 거래 중이다. 지난 11일 기록한 최고가 511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최근 휴일과 주말에 대폭락을 기록했다. 지난 19일 석가탄신일에 20.33% 하락한 데 이어 23일에도 11.33%의 낙폭을 보였다. 지난 12일 시가총액 562조원에 달하며 삼성전자를 크게 넘어섰지만 24일 280조원으로 삼성전자의 절반 수준으로 몸집이 줄어들었다.

이처럼 최근 2주일 새 가상자산 가격이 대폭락하자 인터넷 커뮤니티는 패닉 상태다. “화려한 퇴사를 꿈꿨는데 다 물거품이 됐네요”, “월요일 연차 쓰는 사람 많겠네요”, “2018년 박상기의 난보다 더 심각하네요” 등 가상자산 급락과 관련한 글이 올라오고 있다.

가상자산 가격의 급등락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각국 정부가 가상자산 규제에 적극 나서면서 다시 촉발됐다.

최근 미국 재무부는 1만달러(약 1100만원) 이상의 가상자산 거래를 국세청(IRS)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정부 규제를 받지 않는 가상자산의 최대 장점이 사라지는 셈이다.

중국 정부도 가상자산 규제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21일 중국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류허 부총리가 “비트코인 거래는 물론 채굴도 금지한다”고 말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안금융센터(CCAF)에 따르면 작년 4월 기준 세계 비트코인 채굴 중 65.08%가 중국에서 이뤄졌다.

국내 금융권에서도 가상자산 시장에 확실한 선을 긋고 있다.

KB국민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실명계좌 발급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내부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 사업자는 오는 9월말까지 은행으로부터 고객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계좌를 받아 영업해야 한다. 은행들은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를 놓고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고 보고 실명계좌 발급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가상자산 시장 붕괴는 증시뿐만 아니라 원자재 등 금융시장에서 투기성 짙은 매매에 대한 부담을 야기시키고 있다”며 위험자산 투자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