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신사옥 내 전시관 ‘하이브 인사이트’
방탄소년단ㆍ세븐틴…하이브 뮤지션의 역사
음악으로 담아낸 K팝 기획사 최초의 뮤지엄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나는 이 사람들 만큼 잘할 자신이 없는데….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때 ‘봄날’ 가이드를 듣고 많이 울었어요. 음악으로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방탄소년단 진)
“음악 산업 혁신”을 기치로 삼아 걸어온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들의 ‘피, 땀, 눈물’의 순간들”이 담긴 6분 짜리 영상이 끝나면, 지하 1, 2층을 관통한 8.5m의 거대한 트로피월에 불이 켜진다. 골든 디스크·MAMA 등 국내 시상식을 비롯해 빌보드 뮤직 어워드·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등 해외 주요 시상식을 휩쓴 방탄소년단과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들의 트로피가 한쪽 벽면을 빼곡히 채웠다. 소위 ‘흙수저 아이돌’로 출발해 세계 정상을 밟은 K팝 스타들의 찬란한 성취는 이 공간 안에서 새삼스럽게 반짝인다. 3세대 아이돌을 대표하는 방탄소년단. 이들의 성과가 곧 K팝의 성장과 역사를 대변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하이브 인사이트 관계자는 “전시된 트로피는 그동안 받은 것의 일부”라고 귀띔했다. 이 공간을 보고 나면, 뮤지엄의 지하 일층을 마무리하는 영상관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에서 자신과 싸우며 지금의 자리에 선 방탄소년단 맏형 진의 고백이 보다 여운을 남긴다.
‘용산 시대’의 막을 연 하이브가 지난 14일 국내 K팝 기획사 최초로 아티스트의 음악을 풀어낸 뮤지엄 ‘하이브 인사이트(HYBE INSIGHT)’를 개관했다. 지하 1~2층, 무려 4700㎡(약 1406평) 규모의 이곳은 빅히트뮤직의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의 세븐틴과 뉴이스트, 쏘스뮤직의 여자친구 등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악 세계가 한눈에 펼쳐진다.
하이브 인사이트 관계자는 “음악을 매개로 아티스트와 팬들이 소통을 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뮤지엄을 개관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이브 인사이트’의 관람은 지하 2층에서 시작된다. K팝 기획사 최초의 뮤지엄인 만큼 공간을 K팝 콘텐츠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구성했다. 음악을 즐기는 방식을 세 가지로 구분해 전시관을 꾸민 것이 이색적이다. 전시관은 소리(Sound), 춤(Movement), 스토리(Story)를 주제로 꾸몄다. 뮤지엄 전체는 앨범 한 장을 구성하듯 인트로부터 시작해 아웃트로로 마무리한다.
하이브 인사이트의 입구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사운드’를 주제로 한 공간(이노베이트 사운드)을 만난다. 이 공간에선 녹음, 믹싱, 마스터링 등 음악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준다. BTS RM·슈가·제이홉과 빅히트뮤직 수석 프로듀서 피독,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 범주의 작업실을 360도 터치 모니터로 들여다볼 수 있게 한 ‘스튜디오 360’ 코너는 K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 미래의 ‘K팝 혁신가’들이 관심을 가질 만하다.
하이브 인사이트는 이 공간은 물론 전시관 전체에서 음악을 듣고 보기만 하는 것에서 벗어나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운드’ 관에선 방탄소년단의 ‘페이크 러브(FAKE LOVE)’, 세븐틴의 ‘레프트 앤드 라이트(Left & Right)’를 만든 사운드의 레이어(겹)를 만나보 수 있도록 했고, 또 다른 전시공간인 ‘다른 방식으로 듣기’ 섹션에선 촉각으로 소리의 진동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스토리’를 주제로 한 전시 공간(인스파이어링 스토리)이다. 방탄소년단의 성장 시리즈 이후 ‘서사 장인’으로 불리며 K팝 그룹들의 ‘세계관 전쟁’을 본격적으로 쏘아올린 하이브 뮤직의 스토리텔링을 공들여 보여준다.
이곳에선 방탄소년단의 서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의 129쪽에 등장하는 ‘나는 내 속에서 스스로 솟아나는 것, 바로 그것을 살아보려 했다.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라는 글귀에 밑줄이 그어져있다. 그 옆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직접 쓴 ‘=young forever’란 영문이 적혀 있다. 이 소설의 문구는 방탄소년단의 앨범 ‘화양연화 영포에버’(2016)의 모티브가 돼 꿈을 향한 청춘들의 성장담을 그렸다. ‘화양연화’ 스토리의 단서를 찾아나서는 지도 ‘풀꽃수목원 :2.1km’는 이들의 서사와 함께 8년간 동행한 아미들에게 애틋한 추억이 될 만하다. 지도에는 태형이 일한 편의점 사진, 윤기의 작업실 등이 꼼꼼히 표시돼있다.
뿐만 아니라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별, 여자친구의 푸른 나비 등 세계관 속 요소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지하1층의 공간에선 방탄소년단을 바라본 외부의 시선을 만날 수 있다. DC 코믹스 표지 작업, 프라다와의 협업으로 명성이 높은 대만계 미국 작가 제임스 진이 방탄소년단을 주제로 한 ‘일곱 소년의 위로’를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인 ‘가든’은 방탄소년단의 ‘전하지 못한 진심’에서 착안해 멤버들을 꽃의 정령으로 표현했다.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제임스진에 대해 “세계적인 마니아층을 형성한, 저도 굉장히 좋아하는 작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은 제임스 진의 기획전을 보여주고 있지만, 전시는 분기마다 새로운 작가와 협업해 선보일 예정이다.
지하2층에서 시작한 지하1층으로 올라와 영상관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와 앨범이 전시된 아웃트로로 끝을 맺는다. 방탄소년단, 세븐틴 등 아티스트들은 저마다 음악 속에서 살아온 지난 시간들을 고백한다. 10대 시절부터 쌓아온 끝나지 않은 K팝 스타들의 청춘 스토리와 음악을 향한 진심이 깊게 다가온다. “개인적인 만족감도 있겠지만, 지금은 들어주시는 분들을 위해 음악을 하고 있어요.”(슈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오래 남을 수 있는 일을 좇는게 제가 하고 싶은 일인 것 같아요.”(RM) 영상에선 배경음악으로 방탄소년단의 ‘영포에버’가 울려 퍼졌다. ‘포에버 위 아 영(Forever we are young) 나리는 꽃잎 비 사이로 헤매어 달리네 이 미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