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교수 항소심 재판이 시작되면서, 이제는 검찰이 증거를 조작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증거 중에는 정 교수가 사용하던 동양대 PC가 있는데, 여기에 검찰이 USB 외장 메모리를 접속한 흔적이 있으니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주장이다.
친여권 성향의 유튜버들을 포함해 한쪽 진영에선 이 사안을 검찰의 증거조작 사건으로 몰아 가고 있다. 반면 검찰은 포렌식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었을 뿐이고, 별달리 이 주장을 비중 있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조국 전 장관 일가가 검찰의 부당한 수사로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도 꾸준히 나온다. 하지만 정 교수 외에도 사모펀드를 통해 회삿돈 72억원을 횡령한 조국 전 장관의 5촌 조카도, 교사 지원자들로부터 억대 금품을 수수해 시험답안을 유출한 친동생도 모두 유죄 판결을 받고 법정구속됐다. 조 전 장관도 법리 다툼을 하고 있을 뿐, 주요 사실관계를 부인하진 못하고 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 혐의가 대표적이다.
항소심 단계에서 나오는 ‘증거조작설’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에서 ‘태블릿PC 증거 무효’ 주장과 여러모로 유사하다. 2016년 의혹이 제기되던 ‘비선 개입’은 최서원(최순실) 태블릿PC에 담긴 청와대 문서들이 발견되며 실체가 확인됐다. 하지만 그 태블릿PC는 형사적으로 따졌을 때 청와대 기밀 유출에 관한 증거물일 뿐, 박 전 대통령의 주된 혐의인 제3자 뇌물수수 혐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그런데도 이른바 ‘태극기부대’에서 태블릿PC 조작은 박 전 대통령의 무고함으로 받아들여진다.
정 교수의 동양대 PC 증거 인정 여부도 마찬가지다. 정 교수에게 실형을 선고한 1심 재판부는 동양대 표창장을 포함해 인턴증명서 등 7종의 입시 서류가 조작됐다고 결론 냈다. 입시비리 외에도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정보 이용, 금융실명법 위반 등 총 11개 혐의에 대해 유죄 판단이 나왔다.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설령 항소심 재판부가 ‘증거조작설’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혐의에는 영향이 없다.
정 교수는 대법원 상고심까지 전부 무죄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멀리서는 한명숙 전 총리 사건부터 가까이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사건같이,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사건에서는 일부라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재판 전략상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 형사사건에 정통한 한 부장판사는 “정경심 교수가 항소심에서 더 무거운 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한다. 그런데도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것은 지지자들 때문이다. 감형을 받기 위해 정치적 기반을 포기할 수는 없어서다.
피고인은 여러 주장을 할 수 있다. 혐의를 전부 부인하는 것 역시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의해 보장된 방어권 행사로, 존중받아야 한다. 다만 이와 별개로 이 같은 주장을 사실로 전제하거나 확대해석하는 방식으로 검찰과 언론, 법원까지 모두 사건을 조작 내지 은폐하고 있다는 진영 논리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속는 지지자들보다 그들을 속이고 이득을 챙기는 이들이 더 나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