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지원 사업 배경
취임이후 어린이 복지 사업 첫번째로 챙겨
어린이집, 장학재단, 전문치료센터 기부 등
[헤럴드경제 정세희 기자]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이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지원 사업에 의료공헌 지원 금액 1조원 중에서 3분의 1에 해당하는 3000억원을 내놓기로 한 것은 의료복지의 사각지대에서 돈이 없어 고귀한 생명을 잃는 어린이가 있어선 절대로 안 된다는 고인의 뜻이 담겼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이번 지원은 이 회장의 생전에 보였던 남다른 ‘어린이 사랑’이 반영됐다. 이건희 회장이 취임 후 사실상 첫번째로 추진한 사회공헌 활동은 어린이 복지 사업이었다.
이 회장은 지난 1989년 사재 102억원을 출연해 삼성복지재단을 설립했고, 같은 해 12월 첫번째 어린이집인 ‘천마어린이집’이 개원했다. 지금은 전국 30여개 삼성어린이집이 운영되고 있다.
이 회장은 취임 직후 외부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창밖에 낙후된 주택들이 밀집돼 있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서 비서진을 불러 “어린이집을 만들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소득층 어린이들도 양질의 보육 프로그램을 통해 훌륭한 인재로 자라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희망의 사다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평소 소신을 반영한 결정이었다.
생전 이 회장의 어린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어린이집 건설 중에는 직접 현장을 찾아 “5살, 6살 어린이들이 생활할 텐데 가구 모서리가 각이 져서는 안된다”고 당부하고 “하루 급식의 칼로리가 얼마나 되느냐”고 묻는 등 세심한 관심을 보였고, 이후 어린이집 개관 소식을 보고 받고는 “진작에 하라니까 말이야”라며 크게 기뻐했다고 전해진다.
고인은 삼성복지재단을 통해 소년소녀 가장 지원 사업, 민간 복지기관 지원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2002년에는 총 4500억원을 출연해 삼성이건희장학재단을 설립한 데에 이어 2006년 사재 300억원을 추가해 교육부로 이관하기도 했다.
고인은 지난 1997년 11월 발간한 에세이집에서 “이제는 더 실질적인 어린이 교육에 소매 걷고 나서야 한다”면서 “어린 자녀들이 더 이상 길거리에서 배회하거나 시간을 때우러 이곳저곳을 전전하지 않도록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하고 여가 시설도 다양하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회장은 특히 질병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쏟아왔다. 이번 유족들의 의료 공헌 결정도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사명’이라고 강조한 고인의 유지를 실천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회장은 특히 다양한 꿈과 무궁한 가능성을 가진 사람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꿈과 가능성을 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것에 대해 늘 안타까워한 것으로 전해진다.
1994년 12월 개원한 삼성서울병원은 선진국 수준의 병원을 만들겠다는 고인의 강력한 의지로 탄생했다. 삼성서울병원 출입구 벽면에는 “건강한 사회와 복지국가 실현을 위해 이웃과 함께하는 따뜻한 기업으로서의 사명을 다하고자 삼성의료원을 설립했다”는 이 회장의 발언이 새겨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