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뺨 때리고 흉기로 협박
이혼소송냈지만 법원 “피해자 잘못”
대법원 와서야 이혼사유 인정돼
남편이 배우자의 뺨을 때리고 흉기로 협박을 했는데도 ‘피해자가 폭력을 유발했다’며 이혼사유가 안된다고 본 판결이 대법원에서 바로잡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최근 베트남 여성 A씨가 내국인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위자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2월 남편 B씨와 부부싸움을 한 뒤 ‘이혼하자’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화가 난 B씨는 A씨의 뺨을 때렸다. 이후 부부는 법원에 협의이혼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온 B씨는 이혼을 하지 말자며 다투는 과정에서 A씨의 배와 머리를 발로 걷어차는 등 또다시 폭력을 가했다. 또 흉기를 양손에 쥔 채 “앞으로 같이 잘살아 보든지, 안 그러면 오늘 같이 죽자”며 위협하기도 했다. 이후 B씨는 상해와 특수협박 혐의로 벌금 500만원이 선고받았다. 하지만 법원은 이혼소송에서 오히려 남편 B씨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약속한 귀가 시간을 지키지 않은 점 등을 거론하며 “B씨의 폭행은 A씨의 잘못으로 유발된 부부싸움 중 일시적, 우발적으로 감정이 악화돼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B씨가 지속적으로 이혼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보인 점 역시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로 봤다.
A씨는 대법원에 가서야 이혼사유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대법원은 “항소심은 A씨가 자신의 행동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지속적으로 이혼을 요구함으로써 B씨를 자극했다고 판단해 A씨가 B씨의 폭력 행사에 상당 부분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본 듯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B씨는)A씨의 배와 머리를 발로 걷어차고 양손에 각각 흉기를 들고 생명에 위해를 가할 것처럼 협박까지 한 사실을 알 수 있어 그 폭력 행사의 정도도 무겁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 부부의 혼인 관계는 B씨의 폭력 행사 이래 그 바탕이 돼야 할 애정과 신뢰가 상실돼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고 결론냈다. 박상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