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만호 공급...용적률·층고제한 완화
세율 낮춰 공시가 급등 따른 부담덜고
5개권역 핵심지 개발 ‘균형발전’ 가속
민주 장악 시의회·정부와 조율 관건
‘용적률·층고제한 완화, 재건축·재개발 신속 추진, 공시가격 동결’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이 그리는 서울 부동산 정책의 청사진이다.
오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발표한 5대 공약 중 첫 번째로 ‘스피드 주택공급’을 내세웠다. 집값 불안이 누적된 공급 부족에서 나온 결과라는 진단과 처방전인 셈이다.
구체적으로는 5년 간 36만 가구의 신규주택을 공급한다. 용적률과 층고제한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의 재건축·재개발을 이끌어내는 게 주요 골자다. 재개발·재건축 정상화로 18만5000가구 신규 건설 추진동력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소규모 필지의 공동개발이 골자인 도심형 타운하우스 ‘모아주택’ 도입으로 3만가구를 공급한다.
과거 오 시장의 주택 정책도 부활한다. 대표적인 것이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다. 오 시장은 이번 선거기간에 이를 확대 발전시킨 ‘상생주택’을 들고 나왔다. 민간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서울시가 기부채납으로 확보한 임대주택을 주변 전세 시세의 80% 가격대에 최장 20년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 청년 1인 가구, 신혼부부 지원을 위한 역세권 청년주택 등과 함께 전·월세 안정을 노리는 정책이다.
도심권·서북권·서남권·동북권·동남권 등 서울 5개 권역 핵심지 개발에도 나선다. 특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동북권에 창동역 차량기지 부지를 중심으로 문화와 상업, 대규모 바이오 시설, 그리고 돔 구장까지 더한 서울의 새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이 오 시장 서울 발전 계획의 하이라이트다.
도심권을 대표하는 용산은 교통거점으로, 서북권에는 신촌과 홍대, 마포를 중심으로 청년창업 메카를 조성한다. 유진상가, 인왕시장 등 홍제역세권에는 상업·문화가 복합된 랜드마크를 만든다.
서남권에는 기존 마곡 R&D와 여의도 금융특구, 구로G밸리 등을 적극 활용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데 중점을 맞춘다. 또 동남권에는 층수규제 완화를 통한 재건축 활성화, 그리고 강남과 잠실 등에 국제교류복합지구를 만들어 K-컬처·스포츠이벤트 기능을 강화한다.
부동산 세제 정책 변화도 예상된다. 부동산 관련 핵심 공약 중 하나가 ‘재산세 동결’이다. 오 시장은 지난 31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이 9억5000만 원을 넘어섰다”며 “재산세 납부 기준 등을 6억원에서 9억원 정도로 모두 옮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또 “공시가격이 급등했으니 세율을 낮추는 게 맞다. 정부에 건의하겠다”며 “공시가격을 급격히 올린 데 따른 경제적 불이익은 반드시 원위치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실적으로는 올해 재산세 동결을 강조했다. 오 시장은 “작년에 공시지가가 기절초풍할 정도로 올랐기 때문에 적어도 올해는 동결해야 한다는 것이 제 입장”이라고 언급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경우 정부의 결정, 그리고 국회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재산세의 경우 서울시 권한이다. 오 시장이 재산세 감면을 먼저 언급한 이유다. 오 시장은 지난해 재산세 50%환급을 추진했던 서초구의 사례를 참조, 시 의회를 설득해 인상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1주택 65세 이상 고령층 무소득 1주택자는 면제도 약속했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야당 시장 오세훈 시장의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당이 장악한 정부와 국회, 그리고 시 의회의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우선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지방세(재산세) 감면 모두 서울시 의회의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지도부가 나서 거부 의지를 밝힌 상황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서울시 의회, 더 나아가 여당인 민주당이 대립각만 세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년 후 대통령 선거, 그리고 바로 지방 선거가 예정된 정치 일정 때문이다. 주택 가격과 세부담 증가로 인한 민심 이반을 확인한 만큼, 시 의회의 반대에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최정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