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대 투자자 27만명…1인당 1300만원 투자
온·오프라인서 주식 열풍…10대 주식 두고 엇갈리는 시선
#. 주식 입문 8개월차 고등학생이 이모(18) 군은 요즘 주식 어플만 열면 흐뭇해진다. 지난해 새뱃돈과 용돈을 모아뒀던 시드 머니를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했는데 수익률이 50%가 넘기 때문이다. 조정세 속에서 우량주 투자가 힘을 받지 못하자 스팩(SPAC)과 유망 기술주로 갈아탄 효과였다. 이 씨는 “처음에 우량주 투자로 수익을 보지 못해서 우울했는데 혼자서 나름대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 투자하니 수익이 생겼다”며 “앞으로도 국내장과 미국장을 동시에 살피면서 계속 주식 공부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10대 미성년 주식 투자 인구가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 성인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주식투자에 10대가 대거 뛰어들며 미성년 주식 투자 인구 뿐 아니라 투자 금액까지 가파르게 늘고 있다. 10대 미성년 주식투자 열풍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며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투자 강좌까지 개선되기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온·오프라인에서 새로운 사회 현상으로 번지는 미성년 주식투자를 두고 조기 경제 교육의 순기능과 한탕주의의 확산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9세 이하 투자자 수는 27만4000명으로 전년(9만9000명) 대비 177.6% 급증했다. 이들이 전체 개인 투자자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3%로 같은 기간 1.4%포인트 늘었다.
미성년 투자자가 늘며 10대 투자자들의 보유금액은 3조6000억원에 달한다. 연령대별 보유금액에선 가장 낮은 금액이지만, 전년 대비 증가율은 114.8%로 20대(120.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10대 투자자들의 1인당 평균 보유금액은 1326만원에 달한다. 평균 보유 금액에서는 심지어 20대 보다 약 150만원 높다. 20대 주식 투자 인구가 많아 평균 보유 금액에서 10대가 앞선 것으로 해석된다.
미성년자의 주식 투자시에는 사전에 반드시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 법정대리인인 부모가 미성년자와의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등본 등을 지참하고 은행지점을 방문해야할 정도로 까다로운 규정이 적용되고 있지만, 지난해 증시의 기록적인 강세에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주식 투자를 용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10대의 주식투자 열풍은 온·오프라인으로 번지며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주식투자를 가르치는 오프라인 강의가 개설되는가 하면 유튜브에선 이들을 위한 채널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10대 투자자들 가운데 일부는 유튜버로 변신하기도 한다. 10대 유튜버 ‘쭈니맨’인 권준(13) 군은 최근 국내 종목에 투자해 40% 이상의 수익을 낸 것을 인증하며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초중고 사이에서 유명한 SNS 틱톡에선 ‘investing’과 ‘주식’에 해시태그(#)가 달린 영상이 대거 올라와 있기도 하다. 10대에게 주식투자가 재테크의 수단을 넘어서서 대중적인 취미로 자리잡은 양상이다.
10대들의 주식 투자가 크게 늘고 있는 데는 부동산 시장이 급등하는 등 전 세계적인 자산 시장의 강세 흐름 속에 과거 예·적금과 같은 재테크로는 경제적 독립을 얻기 힘들다는 10대들의 좌절감 또한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흐름에 따라 10대들이 주식 투자를 넘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에도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10대들의 주식 투자 열풍을 두고 긍정과 부정의 평가가 엇갈린다. 어린 나이부터 경제 조기 교육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금융에 대한 기초적인 교육 없이 무작정 주식 투자에 뛰어들거나 투기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는 일부 청소년들에 대해선 우려의 시선도 상존한다. 10대를 위한 금융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식투자에 대한 고등학생들의 관심이 늘어난 현상은 10대의 자본시장 관련 교육을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올바른 금융 지식을 바탕으로 건전하게 주식투자에 참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