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건협 “입찰가능 2~3%뿐
대형 건설사에 밀릴 수밖에...”
“과열책임 왜 우리에 묻나” 반발
전문가 “토지입찰제 일관성 필요”
공공택지 공급 방식이 추첨제에서 경쟁제로 바뀌면서 중소·중견건설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새롭게 도입된 평가방식이 실적 면에서 앞선 대형건설사에 유리해 공공택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다.
1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공공택지 공급 입찰 시 임대주택 건설계획 등을 평가하는 경쟁방식 토지공급 제도가 지난달 23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새 공공택지 공급 제도에 따르면 정부는 건설사의 주택 품질, 임대주택 건설을 포함한 주거복지 정책 참여도 등을 평가해 택지를 공급하게 된다. 국토부가 건설사들이 계열사를 동원해 입찰하는 이른바 ‘벌떼 입찰’을 막고 민간 건설사의 질 좋은 임대주택 건설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에서 개편했다.
정부의 각종 주택공급대책 시행으로 올해 공공택지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경쟁방식 토지공급 제도가 업계 지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소·중견건설사 사이에선 직격탄을 맞았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대형건설사가 일방적으로 유리한 공급 방식은 불공정할뿐만 아니라 대형사 위주로 건설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국 중소·중견 주택건설업체 9130곳을 회원사로 하는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급방식에서 요건을 갖춘 자만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어 사실상 그들만의 리그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업체는 전체 주택사업자의 2~3%밖에 안 될 것으로 추정되는 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비율이 오히려 줄어들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도 “여유가 있는 대형 건설사라면 모를까 작은 건설사들은 임대주택 건설 실적이 모자란다. 택지 당첨을 위해 당장 임대주택 비중을 무턱대고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자산구조에서도 취약해 입찰, 평가 등에서 대형건설사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토지매각에 집중해 일관성 없는 입찰제도를 운용해오다가 부동산 시장 과열 등의 문제가 제기되자 이를 건설사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2010년 전후로 중견건설사의 택지지구 사업이 크게 늘었으나 주택시장 침체와 건설업체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대형건설사들이 정비사업이나 해외사업으로 눈을 돌렸던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게 건설업계의 항변이다. LH가 입찰방식을 바꾸고 분양 혜택을 주면서까지 택지 공급에 열을 올렸고 이에 미분양 리스크를 안고도 대거 주택공급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세종시 조성 초기 대형건설사도 다수 참여했으나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해 사업을 중단했다”면서 “정부의 정책사업에 적극 참여한 중견업체에 부동산 시장 과열의 책임을 물으며 향후 택지지구 조성이나 공급에서 제외하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형건설사들은 이번 경쟁제 도입을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향후 공공택지 입찰에서 승산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유동적인 입찰방식을 고쳐 대형건설사와 중견건설사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일관성 있는 토지입찰제도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경쟁방식으로 공급하면 신규 영세업체에는 진입장벽이 생기게 되는데 그게 오히려 차별”이라며 “택지규모에 따라 자격요건 등을 차등 적용하는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은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