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또다시 부동산 불법 대출을 단속하겠다며 칼을 빼들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정보분석원, 은행연합회, 신용정보원 등 5개 기관에서 100여명을 동원해 만든 ‘부동산 투기 특별 금융대응반’이다. 앞으로 1년여 동안 3기 신도시 등의 비(非)주택담보대출 실태를 들여다본다고 한다.
불법을 잡겠다는 데 반대할 어떠한 이유도 없지만 당국의 이 같은 행보가 달갑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그간 현 정부에서 진행해 온 유사한 방식의 ‘불법·편법 대출 색출’ 성과가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월 초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의 활동 종료를 앞두고 성과를 공개했다. 국토교통부, 국세청, 검찰, 경찰, 금융위, 금감원 등이 모여 만든 이 조직은 2019년 ‘서울 지역 관계기관 합동조사’까지 포함해 무려 1년6개월간 활동했다. 서울 등지 수십만건의 주택거래를 들여다본 결과, 최종적으로 불법이 확인된 대출은 고작 25건이었다. ‘정부 합동’이니, ‘불법 행위 상시 감시’ 등의 표현을 앞세워 태산을 뒤흔들 듯 나선 것 치고는 고작 쥐 몇 마리 잡은 수준이다.
고가 아파트나 규제지역의 3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 혹은 다주택자에게 나간 전세자금대출을 회수한 사례 역시 지난 1년여간 91건(138억원)에 불과하다. 이 규제는 집을 가진 사람이 전세대출까지 받아 투기하는 것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2019년 12·16대책과 지난해 6·17대책을 통해 도입한 것이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책임을 뒤집어씌우기에 91건은 머쓱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토지는 주택에 비해 거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적발 건수 자체는 적을 수 있지만 워낙 방만하게 대출이 운용된다는 의심이 큰 만큼 국민정서를 자극할 만한 부조리가 발견될 수도 있다. 설혹 걸려드는 불법 대출이 많지 않더라도 제도상 문제점을 찾고 개선하는 계기가 된다면 성과로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부의 ‘단속’으로는 부동산 문제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달래기 어려워 보인다. 분노의 핵심은 소득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집값이 많이 올라 주거가 불안해지고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간 자산 양극화가 극심해졌다는 데 있다.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 집값을 취임 전 수준으로 되돌려놓겠다.”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의 공언이다. 그런데 이제 정부는 집값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말 대신 ‘걷어치웠던 사다리를 놓아주겠다’며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그간 대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도 모를 투기세력을 색출하는 데 골몰해왔다. 고작 25건, 91건 등 미미하기 그지없는 일부의 일탈이 마치 집값을 올린 거대한 세력인 것 마냥 국민의 눈을 가린 사이, 집값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됐다. 투기세력을 잡아내겠다는 전수조사식 잡도리가 전면에 부각되면서 오히려 부동산 문제의 본질을 가릴까 염려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