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거주 학부모 학운위 참여 기록

“초등 3학년 학생회장 투표권 없다는 것은 불합리”

“학운위 참여 통해 학칙 변경하고자 제안서 제출”

“제안 반영 안됐지만, 3학년 학급대표 참여 길 열려”

“직장인 학부모 학교 참여 휴가 주는 법률 필요해”

2021학년도 초·중·고교 신학기 첫 등교가 시작된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이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들이 학교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
2021학년도 초·중·고교 신학기 첫 등교가 시작된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이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들이 학교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아침 등굣길에 보니 학교에서 전교 어린이회장 선거가 있는 모양이더구나. 너는 누구 뽑을래?”

“아빠, 저는 관심 없어요. 4학년부터 투표할 수 있대요.”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박모(44) 씨는 초등학교 3학년인 자녀에게 전교 어린이회장 투표권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랬다고 한다.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는 학생인데 4학년 이상에게만 투표권을 주고 3학년에게는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것이 매우 불합리하게 들렸다는 얘기다. 박씨는 “저학년(1~3학년)은 학생도 아닌가요?”라며 초등학교 3학년에게도 학생회장 투표권을 부여하기 위해 1년간 노력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초등학교 교칙에 나오는 학생회장 투표 연령을 거듭 확인한 후에 오래된 관행을 바꿔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박씨는 “반쪽짜리 학생회도 문제지만, 3학년 이하 저학년들의 의사를 학교 운영에 반영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박씨는 학교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에 참석해 그 필요성을 이야기하기로 했지만, 처음부터 난관이었다.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학운위 학부모위원이 되는 것부터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는 “학운위 학부모위원은 통상 엄마 중심의 학부모회 간부들이 맡는 경우가 많아요”라며, “아빠가 학운위원 후보로 나서니 불편해 하는 부모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어렵게 학운위 학부모 위원이 되었지만, 회사 생활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회의 참석이 쉽지 않았다. 그는 “학운위원들 대부분이 오전이나 점심 시간 직후에 회의를 하기 원하더군요”라며, “직장인을 위해 저녁시간이나 주말에 회의를 하자고 했지만, 아무도 동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씨는 한달에 한 번 정도 회의를 참석하면서 ‘학부모 학교활동 참여 휴가’가 법률적으로 보장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별도의 휴가를 내는 방식으로 학운위 회의에 참석하며 분위기를 익힌 박씨는 본격적으로 학칙 변경 제안 작업에 들어갔다. 그는 “학교운영위원회는 학칙의 제정과 개정 권한이 있다”며, “학운위의 요청 사항에 대해서는 학교장이 서면으로 답하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초등학교 3학년에게도 학생회장 투표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학칙 개정 제안서를 학운위 회의에 제출했다. 그는 “처음에는 공약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저학년에게 투표권을 줄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특히 고학년이 투표를 이유로 저학년을 압박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아예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논의를 지속하면서 학운위 위원들의 생각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고 한다. 박씨는 “두차례 논의 끝에 요즘 아이들의 성장이 빠르고, 투표권은 구성원들의 기본권이라는 의견이 모아졌다”며, “3학년까지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학생회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고 당시 상황을 말했다.

일사천리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학교 행정은 빠르지 않았다. 회의 때마다 논의 진행 상황을 점검했지만, 이렇다할 소식을 듣지 못했다. 첫 제안이 있고 두 달 뒤 학생회 회의가 있었으며, 세 달이 지난 후에야 3학년에게 학생회장 투표권을 부여하는 안건은 부결됐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박씨는 “학생회 임원을 아들로 두고 있는 한 학부모 위원을 통해 결과를 전해 들었다”며, “위원장에게 회의 과정을 문서로 남겨줄 것을 요구했다”는 말로 당시 상황에 아쉬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결과는 아쉬웠지만, “이번 제안을 통해 변화의 조짐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도 말했다. 그 중 하나가 해당 초등학교에서는 전교 학생회에 3학년 학급 대표를 참석하게 하는 조치를 취했다는 점이다. 그는 “3학년의 경우 학생회에 대한 투표권은 없지만, 학교 운영에 있어 저학년의 의견을 학생회에 전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어른이라고 해서 모두 후보자의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고 투표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3학년은 물론 1,2학년 학생도 학교 구성원인 이상 학생회장에 대한 투표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