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 백신 관광객들이 접종
16세 이상이면 누구나 백신 맞을 수 있어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기 위해 카리브해의 미국령 버진아일랜드로 여행을 떠나는 관광객의 발길이 늘고 있다. 일부 현지 주민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꺼리면서 백신 잉여분이 제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에서 사용된 백신 중 3%를 현지인이 아닌 관광객이 접종했다. 현재까지 이 지역에서는 약 3만3000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이 투여됐고, 약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2차 접종까지 마친 상태다. 최근 앨버트 브라이언 주니어 주지사는 브리핑에서 “백신 투여량의 3%, 약 1000회분의 백신이 관광객에게 돌아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령 버진아일랜드가 코로나19 백신의 ‘성지’로 주목받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무엇보다 이 지역에서 잉여 백신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점이 크다. 지역 보건의료국장은 “버진아일랜드에서는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이들이 많아 관광객이 쉽게 백신을 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버진아일랜드를 찾은 관광객의 상당수는 심지어 화이자나 모더나 중 원하는 백신을 선택해 접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주(州)가 여전히 고령층을 비롯한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것과 달리, 버진아일랜드에서는 사실상 접종 기준이 없다는 점도 백신 관광 행렬에 불을 지폈다. 버진아일랜드는 이달 1일부터 16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했다.
미국인의 경우 미국령 버진아일랜드를 여행할 때 상대적으로 느슨한 여행 규제가 적용된다는 점도 컸다. 미국인이라면 최근 5일 내에 발급받은 코로나19 확인서를 통해 비감염 사실만 입증하면 별다른 격리없이 바로 여행을 할 수 있다.
당국과 보건전문가들은 이 같은 백신 관광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 해당 지역에 충분한 백신이 공급되고 있는데다, 현지 주민들에게도 별다른 피해가 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버진아일랜드대학의 노린 마이클 박사는 “관광객이 주민들로부터 백신을 빼앗고 있는 증거는 보지 못했다”면서 “오히려 공공보건의 측면에서는 백신 관광이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