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중국이 국제질서 위협” 직격탄
양제츠 “서구가 세계 여론 대표 안 해”
왕이 “미국, 힘있는 위치서 中에 말할 자격 없어”
4월 미중 정상회담 개최 전망 불확실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시작부터 언쟁이 오갔다. 애초 어려운 대화가 될 걸로 점쳐졌던 대로다. 이틀 일정으로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18일(현지시간) 열린 미국과 중국간 ‘2+2 고위급 외교회담’은 양측의 모두발언부터 말싸움과 맞비난으로 점철됐다. 인권·무역·동맹 등 전선도 넓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나라 외교수장이 처음 만나는 자리여서 향후 미중 관계의 향방을 가늠할 계기로 평가됐는데, 험난한 여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부터 중국의 행동이 국제 질서와 인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중국이 진행한 걸로 의심하는 사이버 공격, 중국 서부 신장 지역의 위구르 무슬림 소수민족 처리, 홍콩에 대한 통제권 강화 등을 언급하면서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규칙에 근거한 질서의 대안은 승자가 모든 걸 갖는 세계이고, 이는 훨씬 더 폭력적이고 불안정한 세계”라고 지적했다.
중국 측은 즉각 맞받아쳤다. 양제츠(楊潔篪)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은 “서구 국가가 세계 여론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미국을 ‘사이버 공격의 챔피언’이라고 칭했다.
그는 “많은 미국인이 사실상 미국의 민주주의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면서 흑인 미국인의 사망과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을 거론했다.
양제츠 정치국원은 모두발언 말미에 블링컨 국무장관의 발언은 정상적이지 않았다고 했고, 이에 대응한 자신의 발언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회담에 참석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자신만만한 국가는 스스로의 결점을 열심히 살필 수 있고,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며 “이게 미국이 가진 비밀의 원천”이라고 했다.
블룸버그는 이 때부터 대화가 더 악화했다고 전했다. 취재진 카메라가 회담장에서 빠진 뒤 양제츠 정치국원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대표단 통역관에 따르면 왕이 외교부장은 “이 회담을 이런 식으로 진행하길 원했던 것이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힘있는 위치에서 중국에 말할 자격이 없다”고도 했다고 블룸버그는 적었다.
중국 측은 블링컨 국무장관과 설리번 보좌관이 모두발언에서 한 비난은 손님을 맞이하는 방법이 아니라고 했고, 미국 측은 중국이 실속보단 세간의 이목을 끌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세기의 회담으로 주목받던 이날 협상이 시작부터 거칠게 진행한 점은 두 나라의 관계가 얼마나 악화했는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관계 정상화가 난망하다는 전조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측은 19일까지 3차례 협상이 예정돼 있다.
중국 측은 이날 회담이 성공적이면 다음달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바이든 미 대통령간 화상 정상회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지구의 날(4월 22일)에 맞춰 기후변화 등 양측이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문제를 다룰 수 있다는 것이었다.
블룸버그는 알래스카 회담의 초반 분위기가 이런 시도를 방해할지는 불확실하다고 했다.
두 달전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해왔지만, 대중 강경 노선 측면에선 전임자와 큰 변화는 없을 걸로 관측된다는 게 전문가와 외신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