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러시아가 사이버 공격으로 해킹한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이메일을 위키리크스에 전달,폭로함으로써 미 대선에 개입한 사건은 유명하다. 민주당 대선예비후보 경선에서 샌더스 의원의 거센 역공을 약화시키기 위해 전국위원회가 힐러리의 선거 캠프와 공모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샌더스 지지자들은 민주당 대선예비후보경선에서 승리한 힐러리에게 등을 돌렸고 트럼프가 아슬아슬하게 승리하게 된다. 사이버 공격이 다른나라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하루에도 수십 건에서 수백 건씩 사이버 침해 시도를 보고받으면서 ‘우리는 통제되지 않은 구역’을 헤매고 있다.”는 로버트 게이츠 전 미 국방장관의 말은 사이버전의 실상을 보여준다.

사이버전은 공중, 해상, 우주공간까지 가리지 않고 벌어지지만 공격의 주체나 작동방식은 알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퓰리처상 수상 저널리스트인 프레드 캐플런은 ‘사이버전의 은밀한 역사’(플래닛미디어)을 통해 방대한 자료 조사와 수많은 관련자 인터뷰를 기반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이버전의 내막을 낱낱이 드러낸다.

1990년 사담 후세인의 마이크로웨이브 신호를 가로채 대지휘통제전을 승리로 이끈 사막의 폭풍 작전, 중국의 가공할 만한 해커 조직인 제 61398부대의 미국 주요 방산업체 핵심기반 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 2008~2010년 사이버 공격으로 이란의 원심분리기 50기를 파괴,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지연시키고 무력화한 미국의 올림픽 게임 작전, 미국의 은행, 석유 및 가스 파이프라인, 기업 등을 대상으로 스피어피싱 이메일을 발송, 원격 악성 코드를 다운받게 해 원하는 데이터를 훔치는 중국의 셰이디 랫 작전, 북한의 소니 픽처스 네트워크 해킹사건 등 해킹 강국들의 사이버전을 생생하게 전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사이버전이 통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 정보보호는 물론 핵무기급 위력을 가진 사이버 대전 방지를 위해선 범세계적 기본 규칙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사이버전의 은밀한 역사/프레드 캐플런 지음, 김상문 옮김/플래닛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