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프랑스 파리 시내 중심에 있는 작은 갤러리 앞은 2021년 패션 트렌드를 확인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초대장을 보여주고 입장한 섬유업계 관계자들은 원단 샘플을 만져보고, 행사장 태블릿으로 관심 있는 제품의 상세 정보를 확인했다.
연간 400개가 넘는 전시회가 열리는 ‘전시강국’ 프랑스에서는 어떻게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있을까? 매년 초 디자인 트렌드를 전파하는 국제박람회 ‘메종오브제’도 올해는 온라인으로 열린다. 방문객들은 온라인전시장을 방문해 제품을 살펴본 후 기업과 라이브채팅을 할 수 있다. 일회성 방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업계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8주간 새로운 트렌드 콘퍼런스를 개최해 분위기를 환기한다.
프랑스는 식품, 농기구, 건설장비, 건축, 안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제전시회를 개최하는 세계적인 전시산업 국가다. 프랑스국제전시협회에 따르면 유럽 내에서도 200개 이상의 기업이 참가하는 대형 전시회를 연간 130회 이상 개최하고 있어 밀라노(33회)와 뒤셀도르프(32회)를 앞서는 선두주자다. 화학, 기계, 항공,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이와 관련한 전시회를 개최해 최신 트렌드를 주도하는 동시에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전시회들이 타격이 입은 것은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파리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12월 수도권 지역(Ile-de-France)에서만 202개의 전시회가 취소됐고, 이는 전년 동기간 열린 전시회 수의 약 45%에 달한다.
온라인 전시회가 기존 전시회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겠지만 코로나19 이후에도 온·오프라인이 혼합된 형태로 전시회가 개최될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한다. 텍스월드를 주최한 ‘메세 프랑크푸르트’의 프랑스 대표는 상품을 직접 보고 만져야 하는 산업에서는 하이브리드 전시회가 필수적이라 강조한다. 온라인 상담은 코로나 시대 전시회 참여의 성패를 좌우한다. 올 1월 개최된 세계 최대의 유기농와인 전시회인 ‘밀레짐’은 온라인 전시회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틀간 열린 전시회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참가기업과 구매자 간 1만5000건 이상의 문자와 영상이 오갔다. 온라인 전시회에 참가한 기업들은 부스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바이어와 바로 상담을 이어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코트라에서 전시 기간 전후로 바이어와 1대 1 화상상담을 지원하는 이유다. 쇼룸 전시회의 경우 전담인원을 배치해 우리 제품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 관심 바이어를 발굴해 상담을 주선하고 있다.
유럽 시장 진출의 경우 유럽의 어느 한 국가에서든 실적을 쌓아 가는 것이 중요하다. 유럽 내 수출 실적이 다른 국가에서도 인정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해당 산업 관계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국제전시회에 참가하는 것은 여전히 효과적인 전략이다. 한국 기업들이 프랑스 전시회를 교두보 삼아 유럽에 진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세화 코트라 파리무역관 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