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장관 수사지휘권 발동…文정부 들어 세번째
대검 무혐의한 재소자 증언, “대검 부장회의로 심의하라”
당시 수사팀 관련 부분은 대검-법무부 합동감찰 지시
[헤럴드경제=안대용·박상현 기자]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17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수사팀의 위증교사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고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합동 감찰을 지시했다. 2005년 천정배 전 장관 이후 행사되지 않던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는 문재인정부 들어서만 세 번째다.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과 류혁 감찰관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박 장관의 수사지휘와 감찰 지시에 대해 설명했다. 당시 한명숙 총리에 대해 불리하게 진술한 재소자 증언이 위증인지 여부는 대검 부장 회의에서 판단하고, 강압수사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법무부와 대검 감찰부가 합동 감찰하라는 ‘투 트랙’ 지시다.
공소시효 남은 재소자 무혐의 다시 살펴보라…수사지휘
우선 박 장관이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에게 수사지휘한 부분은 과거 2011년 한 전 총리 재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왔던 김모씨의 혐의 유무 및 기소 가능성을 ‘대검 부장회의’를 통해 판단하라는 것이다. 대검 예규인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등 운영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대검 부장회의는 검찰총장, 대검찰청 차장검사, 대검찰청 부장으로 구성되며 구성원 재적 과반수 출석으로 열린다.
박 장관은 이 회의에서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허정수 대검 감찰3과장,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부장검사)의 설명과 의견을 듣고 충분한 토론도 거치라고 했다. 특히 김씨 관련 부분 중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2011년 3월23일자 증언 내용의 허위성 여부, 위증 혐의 유무, 모해 목적 인정 여부를 중점적으로 논의하라고 수사지휘했다.
그러면서 “이 논의결과를 기초로 포괄일죄 법리에 따라 2011년 2월21일자 증언 내용까지 포함해 논의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심의하라”며 “회의 심의 결과를 토대로 오는 22일 공소시효 만료일까지 김씨에 대한 입건 및 기소 여부를 결정해 사건 처리 과정의 공정성 및 결론의 적정성을 기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대검은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준 것으로 지목된 한신건영 전 대표 한만호(사망) 씨의 수감 동료였던 또 다른 한모씨와 최모씨가 전현직 검사 등 16명에 대해 제기한 모해위증교사 등 의혹의 민원을 지난 5일 혐의없음 취지로 종결했다.
박 장관의 수사지휘에 따르면 최씨 등은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재판에서 당시 수사팀 검사들이 2011년 2월21일과 같은 해 3월23일 김씨, 같은 해 3월7일 최씨로 하여금 한만호씨에 대해 허위로 증언하도록 했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허정수 대검 감찰 3과장은 김씨와 최씨가 혐의를 부인하고, 또 다른 재소자인 한씨 주장은 구체적 근거가 부족해 믿기 어렵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취지 종결했다.
이를 두고 박 장관은 “본건 처리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이 든다”며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김씨 관련 부분을 다시 살펴보라고 했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임에도 그동안 사건 조사를 담당해 온 한 감찰부장과 임 부장검사가 최종 판단에 참여하지 않은 채 대검이 결론을 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는 가급적 자제돼야 한다”면서도 “이 사건은 검찰 직접수사와 관련해 잘못된 수사 관행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 이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검, 최근 '기소 여러운 사안' 무혐의…임은정은 문제제기
앞서 대검 감찰부가 작성한 기록을 들여다 본 조남관 대검 차장 등 결재권자들은 위증을 강요했다는 혐의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봤다. 실제 조 차장은 기소가 불가능한 사안이라는 의견을 냈고, 논란의 여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대검 연구관 6명에게 기록을 보여주고 기소 가능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기도 했다. 기록을 본 6명의 연구관 모두 기소할 사안이 아니라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대검 감찰부 연구관인 임은정 부장검사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우리(검찰)가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지 않았다고 실토한 적이 어디 있었느냐”고 반문하며 혐의점이 없다는 판단에 이의를 제기했다. 임 부장검사는 추미애 전 장관 시절 ‘원 포인트’ 인사로 대검 감찰부로 발령났고 최근 인사에선 서울중앙지검 검사 겸임 발령을 받기도 했다. 이를 두고 임 부장검사에게 수사권한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대검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애초에 임 부장검사에게 이 사건을 배당한 적이 없다며 허정수 감찰3과장을 주임 검사로 지정했다고 밝혔었다. 이에 대해 임 부장검사는 자신이 정당하게 이 사안을 감찰해왔다고 주장한다. 박 장관은 이러한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이날 수사지휘를 결정했다.
당시 수사팀 관련 부분은 법무부-대검 합동감찰 지시
박 장관은 당시 수사팀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선 감찰을 지시했다.
박 장관은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민원 기록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적 수사 방식 ▷수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며 정보원 내지 제보자로 활용한 정황 ▷불투명한 사건관계인 소환 조사 정황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부가 합동해 위법·부당한 수사절차 및 관행에 대해 특별점검을 하고, 그 결과 및 개선방안을 보고하도록 했다. 즉 현직 검사인 당시 수사팀 관계자들에 대해선 감찰을 통해 향후 징계 여부 및 처벌 가능성을 따져본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조사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의 쟁점인 모해위증교사는, 당시 수사팀 검사들이 모해를 목적으로 위증 등을 시켰다는 게 골자다. 때문에 위증 당사자로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김씨에 대해 기소 결정이 날 경우, 공범이 되는 수사팀 검사들에 대한 공소시효도 멈춘다. 다만 검사들에 대한 징계시효 3년은 이미 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