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우드만 믿고 따라가다 수익률 ‘낭패’
투기성 종목·동전주 ‘기웃’...빚투 행태 급증
대형주 상승꺾이자 단타 고수익 베팅 부작용
#. 서학개미인 직장인 김모(29) 씨는 요즘 우울한 맘을 감출 수 없다. 올해 들어 투자한 종목들의 수익률이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김 씨는 최근 대마초 관련주인 선다이얼 그로워스를 수백 주 샀다가 낭패만 봤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망한 동전주라는 말만 믿고 샀는데 곧장 곤두박질친 것이다. 일론 머스크만 믿고 샀던 테슬라도 고점에 매수한 탓에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주식을 저가에 추가 매입하는 이른바 ‘물타기’도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캐시 우드만 바라보고 매수한 아크 이노베이션 ETF의 수익률도 현재 -16%가 넘는다. 김 씨는 “미국 주식 시장이 ‘돈 복사기’라는 말만 믿고 과감하게 투자했는데 오히려 ‘돈 파쇄기’에 가까웠다”며 “그저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말만 믿고 주식을 산 것을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 투자 열기 속에서 개미들의 위험한 질주가 두드러지고 있다. 종목에 대한 냉정한 분석은 뒤로 한 채 맹목적인 팬덤 투자나 고변동성 유행 종목에 집중하면서 투기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뇌동 매매 대신 성장 스토리와 탄탄한 펀더멘털을 갖춘 대형주 투자로 기관과 외국인의 수익률을 압도했던 개미의 성공 신화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머스크 한 마디에 투자 결정...상하한가 없는 美 증시 변동성 단타 베팅= 19일 한국예탁결제원의 올해 해외주식 거래 금액 순위를 살펴보면, 일론 머스크와 캐시 우드를 향한 팬덤 현상이 두드러졌다.
테슬라는 거래금액이 107억9400만달러로 압도적인 1위를 달렸고, 우드가 이끄는 아크 이노베이션 ETF 역시 10억5400만달러로 13위를 차지했다. 머스크와 우드는 서학개미의 투자 기준점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의 말 한마디에 주가가 출렁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매입했다는 소식에 개미들이 환호성을 외치며 비트코인의 가격이 들썩이기도 했다.
투기성 종목에도 대거 뛰어들었다. 올해 증시를 흔들었던 게임스탑 광풍 속에서 게임스탑과 AMC 엔터테인먼트는 국내 거래금액 순위에서 각각 2위, 10위를 차지했다. 게임스탑의 경우 매수금보다 매도액이 높았다. 이는 단시간에 차익실현을 시도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학균 신영증권 센터장은 “게임스탑과 같은 종목은 시세 자체에 추종한 투자자들의 투기적인 속성이 반영됐다”며 “아무리 비싸게 사더라도 상승 추세에 현혹되면 누군가 더 비싸게 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전주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1달러대인 선다이얼 그로워스가 대표적이다. 올해 개미들이 매매한 금액만 11억1000만달러로 전체의 12위를 차지했다. 선다이얼 그로워스는 지난달 3.96달러까지 올랐다가 18일(현지시간) 기준 64% 이상 빠졌다.
미국 주식 시장의 경우 상·하한가 제도가 없어 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거나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동전주의 변동 폭은 더욱 큰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학개미들이 팬덤 투자나 동전주에 뛰어드는 것은 대형 성장주의 상승세가 꺾인 상황에서 이른바 단타로 고수익을 내려는 현상으로 풀이되고 있다.
▶ 코스피 대형주 부진하자 동전주 기웃...곱버스, 코인, 빚투 악화되는 투자의 질= 국내 시장의 상황도 비슷하다. 올해 들어 동학개미들의 공격적인 투자 성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지난달 곱버스(Kodex200 선물인버스2X ETF)의 거래량은 98억985만주로 지난 2016년 상장 이후 역대 최고 월간 기록을 달성했다. 지난달 거래대금 역시 20조7235억원으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곱버스는 코스피200 선물지수를 역으로 2배 추종하는 ETF로 대표적인 고위험 상품으로 꼽힌다.
개인투자자들의 대형주 쏠림 투자에서도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동전주 투자가 늘었다. 한국거래소의 월별 개인 순매수 상위 20위를 살펴보면, 지난 1월 4개에 불과했던 동전주는 지난달 10개로 대폭 늘었다. 이달 들어서도 8개의 동전주에 투자금이 대거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비트코인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월 1조6000억원에 불과했던 업비트의 거래대금은 올해 들어 1000% 상승한 18조원을 넘어섰다. 빗썸에서도 비트코인의 거래대금은 올해 들어 13조원에 육박해 지난해 대비 800% 넘게 뛰었다.
이 과정에서 투자 자금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레버리지 투자를 통해 단번에 고수익을 노리려는 심리로 영끌 빚투형 투자자가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는 17일 기준 21조원을 넘으며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신용거래융자는 지난달 말 사상 최초로 22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단기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로 인한 도박 상담 건수는 5523건으로 전년 대비 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투자 중독 상담은 70% 이상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펀더멘털 분석 없이 주변의 의견만 듣고 빚까지 내서 단기 투자하는 방식은 매우 위험하다”며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장성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