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미국의 대 중국 정책 핵심은 군대 아닌 기술”

중국도 천문학적 금액 투입해 기술 선점 맞불 경쟁

한국 정부·기업, ‘선택의 순간’ 임박했다는 지적도

국내 한 반도체 공장에서 기술자들이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헤럴드DB]
국내 한 반도체 공장에서 기술자들이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對) 중국 정책 핵심은 군대가 아닌 기술에 있다.”(블룸버그)

“10년 동안 단 하나의 칼을 가는 심정으로 과학기술 육성에 매진하겠다.” (리커창 중국 총리)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점입가경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국내 주요 기업들도 중국 공장을 이전하거나 미국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다만 ‘사드 사태’ 때처럼 중국이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제재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고, 남북 관계 등 국제정치적 이슈도 상존하기 때문에 한국 정부와 기업 입장에서는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10일 제임스 크래브트리(James Crabtree)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 부교수는 ‘닛케이 아시아’ 기고문에서 “기술에 대한 중국의 굶주림은 베이징에서 열린 최근 두 번의 회의에서 완전히 드러났다”면서 “미국 정부 역시 앞으로 중국과 비슷한 스타일의 산업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 보고에서 “과학기술 집중 육성에 관한 ‘8대 산업’과 ‘7개 영역’을 선정했다”면서 “향후 5년간 이 분야에 연구개발(R&D) 자금을 매년 전년 대비 7% 이상씩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리 총리는 “과학기술 종사자들이 한 가지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부담을 확실하게 덜어주겠다”며 “국가 실험실을 더 많이 짓고 전략적 과학기술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학기술 육성에 따른 기술 자립을 통해 현재의 미중 관계에서 열세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서방국가에서 꾸준히 지적해 온 ‘제조업체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급 정책’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바이든 대통령을 필두로 미국의 반격도 만만찮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반도체 칩과 전기차용 대용량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대 핵심품목의 글로벌 공급망에 대해 100일간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들 4대 품목은 미국이 중국 공급망에 크게 의존하거 있거나, 최근 국내외적으로 심각한 공급난을 초래했던 것들이다. 단순히 상품 수급 점검 차원이 아니라 국가안보 관점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담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대(對) 아시아 전략 핵심에 반도체·인공지능(AI)·차세대 네트워크를 핵심으로 두고 있다. 중국의 ‘기술 권위주의’에 맞서 ‘기술 민주주의’를 결집하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은 “한국·일본·대만 같은 일부 핵심 파트너에 더 큰 역점을 두면서 반도체 칩을 미국에서 생산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광범위한 접근을 예상한다”고 설명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는 미국이 일본·호주·인도와 함께 추진하는 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Quad) 강화 계획과도 연결돼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백악관은 “오는 1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화상으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같은 쿼드 카운터파트와 만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동안 쿼드는 실무급 및 외교장관들이 정기적으로 회의를 가졌지만, 국가 정상 차원에서 열리는 회담은 처음이다.

쿼드 4개국에 한국·베트남 등을 추가해 ‘쿼드 플러스’를 조직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지 여부도 주요 관심사다. 다만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한국의 쿼드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 “한국은 (방위) 조약을 맺은 중요하고 필수적인 동맹”이라고만 언급했다.

제임스 크래브트리 부교수는 “반도체 산업을 통해 바이든 정부는 중국 시진핑 정부와 비교해 매우 큰 이점(one of the greatest advantages)을 가지고 있다”면서 “새로운 냉전 시대에서, 이 무기(반도체)를 손에 쥐고 (미국과 중국이) 패권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도 반도체 산업 지원을 서두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차량용 AP 등 미래차 핵심 반도체 기술개발에 2022년까지 2000억원 이상을 집중투입할 것”이라며 “기업이 차량용 반도체 생산 관련 파운드리 증설을 추진할 때 산업구조 고도화 프로그램 등 획기적 우대지원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에 170억 달러(약 19조원) 규모의 신규 반도체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텍사스주 오스틴시는 삼성 측이 제안한 향후 20년간 8억550만달러(약 9000억원)의 세금감면안에 대해 저울질을 하고 있다.

대만의 TSMC는 350억 달러(약 40조원)를 투입해 반도체 공장 6개를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