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검·경 유기적 협력 주문

警, 수사대상 전국투기의심지역 확대

檢 “수사노하우 공유 어려워” 회의적

검찰·경찰 입장 여전히 엇갈려

경찰이 지난 9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에서 압수수색 종료 후 압수품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연합]
경찰이 지난 9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에서 압수수색 종료 후 압수품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연합]

검찰의 수사 지휘권이 폐지되자마자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을 놓고 경찰과 검찰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

이번 사건을 주도적으로 맡게 된 경찰의 수사력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첫 대형 사건인 데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경의 유기적 협력을 주문하면서 검찰과 협력관계를 설정해야 하는 과제까지 안게 됐다. 경찰은 수사 대상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등 전면전을 벌일 태세다.

반면 검찰 내부 반응은 경찰과 협력에 회의적이다. 직접 수사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조’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울러 경찰과 ‘투트랙 수사’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전면전’ 다짐한 경찰...일단은 “검찰 협조 필요”=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LH 투기 의혹 사건 수사 관련 긴급 관계기관회의를 소집해 검·경 간 유기적 수사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창룡 경찰청장,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 등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문 대통령이 지난 8일 “검·경의 유기적 협력은 수사권 조정을 마무리 짓는 중요한 과제”이며 “이번 LH 투기 의혹 사건은 검·경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한 첫 사건”이라고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 경찰의 수사 역량을 입증할 중대한 기회라고 보고 있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역시 “이번 사건을 검찰에 맡겨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때문에 경찰청 국수본은 지난 9일 부동산 투기 특별수사단을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로 격상하고, 수사 대상을 3기 신도시에서 전국의 투기 의심 지역으로 확대했다. 과거 1·2기 신도시 투기 수사를 검찰이 주도했다면, 이번 3기 때는 경찰이 직접 부동산 투기와의 전면전을 치르는 모습이다. 다만 검찰과 협력에 대해서는 경찰 안팎에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각종 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와 관련한 검찰의 협조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경찰이 LH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 신청한 이후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기까지 3일이나 걸린 데 대한 불만도 포착된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이나 피의자 체포·구속 등 검사의 영장 청구가 필요한 강제수사 영역에서 가장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어느 정도 수사가 진행된 이후 검찰 송치·기소 때 적용할 혐의와 관련해 주요 법리적 쟁점을 사전에 상의하는 식으로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수본은 이날 관계기관회의 이후 검찰과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할 방안이다. 국수본 관계자는 “지금도 수시로 검찰과 협의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 마련은 회의 이후 들여다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檢 “협력하겠지만, ‘투트랙 수사’ 가능하겠나”=일단 검찰은 ‘경찰과 협력’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에는 동의하고 있다. 조 직무대행도 이날 정 총리가 주재한 회의에서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검찰도 최대한 협력할 것’이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 박 장관은 검찰을 향해 ‘유기적 협력’을 강조하며 수사 노하우를 공유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예전과 달리 검찰이 수사팀을 불려 직접 수사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에서, 기존 수사지휘권까지 약화해 ‘조언자’ 역할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노하우 공유는)쉽지 않다. ‘우리가 알려 줄게’해도 ‘내가 알아서 할 게요’라고 하는데 그게 되겠나”라며 “부정수익 환수도 특정이 돼야 환수를 하는데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지난 8일 수원지검 안산지청을 방문하기 전 취재진과 만나 “이번 사건에서 공직부패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어 검찰은 그 부분에 대해서 열어 놓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검찰의 수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서 검찰과 경찰이 각각 파트를 나눠 ‘투트랙 수사’를 벌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승연·박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