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어린이재단, 지원아동 582명 설문조사

72% ‘어른없이 지내’…‘5시간 이상 방치’도 18% 달해

30%는 ‘온라인 수업 어렵다’…소통·전자기기 부족 탓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저소득 가정 아동에 대한 돌봄 공백, 교육 격차 등의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23일 밝혔다. [아이클릭아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저소득 가정 아동에 대한 돌봄 공백, 교육 격차 등의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23일 밝혔다. [아이클릭아트]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서울시 서대문구에 사는 김민수(가명·12) 군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었다. 학교 수업이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됐지만 부모님이 일을 하러 나가시는 탓에 김군을 돌봐 줄 어른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업을 듣다가 모르는 것이 있어도 선생님께 바로 질문을 할 수가 없으니 화면만 켜 놓고 다른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점심 시간이면 주로 라면 같은 인스턴트 식품으로 대충 배를 채웠다.

코로나19로 저소득 가정 아동에 대한 돌봄 공백, 교육 격차 등의 문제가 심각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 가정 아동 10명 중 7명은 어른 없이 방치되고 있었으며, 10명 중 3명은 온라인 수업을 들을 전자기기가 부족하거나 교사·친구와 소통이 적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하 어린이재단)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1년, 변화된 아동 일상 확인조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해 10~12월 재단에서 지원 중인 초4~고2 58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물리적·심리적 돌봄 공백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조사에 참여한 아동 중 72.1%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혼자 혹은 아동끼리 있는 시간이 있다고 답했다. 혼자 있는 시간은 하루 1시간~3시간 미만이 20.1%로 가장 많았지만, 하루 5시간 이상 방치되는 경우도 18.6%에 달했다.

부실하게 끼니를 때우는 일도 늘었다. 집에서 혼자 알아서 먹은 아동이 전체의 69.2%였으며, 인스턴트 식품을 섭취한 경험은 82.1%가 갖고 있었다. 항상 또는 주로 인스턴트 음식을 먹는다는 응답자도 25.8%나 됐다.

코로나19로 가장 필요한 사항으로는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39.1%) ▷영양이 풍부하고 다양한 반찬이 있는 식사(26.7%) ▷학교 등 외부 프로그램 이용(25.2%) 등의 응답이 많았다.

응답자의 30.2%는 코로나19로 시작된 온라인 수업에 대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소통하기 어렵다(39.3%) ▷수업 수준이 너무 어렵거나 쉽다(39.1%) ▷컴퓨터·태블릿 PC 등이 부족하거나 사양이 낮다(33.1%) 등의 응답이 나왔다. 26.0%가 코로나19로 ‘진로 탐색 프로그램 참여 기회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여가 시간의 경우 ‘유튜브 등 미디어 시청’(62.4%)으로 보내는 아동이 가장 많았고, ‘컴퓨터, 휴대폰 게임’(59.4%)을 하며 보낸다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운동’을 선택한 응답자는 14.1%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구종합사회복지관 직원들이 지난해 2월 사회적 단절 위기 아동 긴급 지원을 위한 ‘함께 나누는 한 끼 BOX’ 키트를 제작하고 있는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구종합사회복지관 직원들이 지난해 2월 사회적 단절 위기 아동 긴급 지원을 위한 ‘함께 나누는 한 끼 BOX’ 키트를 제작하고 있는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재단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취약 가정 아동을 위한 다양한 코로나19 대응 지원 프로그램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제훈 어린이재단 회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교육 격차, 돌봄 공백, 정서적 우울감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학습 지원 서비스 제공, 온라인 직업 체험 프로그램 운영, 안전한 학교생활에 필요한 개인위생 수칙 준수 독려 교육·위생용품 전달, 주거 환경·돌봄 공백 개선 지원 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