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업무상 과실치상·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 위반 등 혐의
9일 서울 동작경찰서로 소장 제출…제조·유통사 압수수색
공정거래위 표시·광고법 위반 신고…소비자원 집단분쟁조정 신청까지
해당 제품, 피부질환 등 일으키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기준치 600배↑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국민 욕조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던 ‘다이소 아기 욕조’에서 환경호르몬이 기준치보다 600배 넘게 검출된 가운데 이 욕조를 사용했던 피해자들이 제조사와 유통사 등을 상대로 본격 소송에 돌입했다. 유해 물질과 아기들의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건 국가의 몫이 됐다.
13일 해당 공익 소송을 대리하는 이승익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경찰, 한국소비자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3개 국가기관을 통해 집단 대응에 나섰다.
앞서 이 아기 욕조를 사용한 아기들과 보호자들은 알레르기성 피부염 등을 잇따라 호소했다.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에서 안정성 조사를 실시한 결과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허용기준치의 612.5배 초과 함유된 것으로 밝혀져 리콜 명령을 내렸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플라스틱을 성형·가공하는 화학적 첨가제로 내분비계 장애 등을 일으키는 걸로 알려졌다.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를 어린이용 제품에 사용하는 걸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이 물질을 어린이용 제품에 0.1% 이하로 함유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아 피해자 1000명과 공동친권자 등 3000여명은 지난 9일 서울 동작경찰서로 욕조 제조사인 대현화학공업과 중간 유통사인 기현산업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피해자 측에서 주장하는 혐의는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상,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등 혐의다. 이번부터 2개사를 대상으로 한 고소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이번 소장이 제출되기 앞서 지난 5일 제조사와 유통사를 각각 압수수색했다.
피해자 측은 아기 욕조 제조업체 등이 위해성을 알고 있거나 예상할 수 있었을 거라고 본다. 어린이제품을 제조하는 업체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얼마나 함유돼 있는지 확인하고 허용 기준치를 충족하는 경우에만 KC 인증을 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이 변호사가 아기 욕조 제조사 등이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 위반은 물론 사기 혐의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이 변호사는 지난 8일 우편을 통해 아기 욕조 제조사, 판매사, 유통사를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아울러 소비자원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하며 피해 규명을 위한 원인 조사도 함께 요청했다. 아기 욕조 자체의 유해성은 증명됐지만 아기들의 피해와 인과관계를 따지기 위해서다.
이 변호사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민사소송으로 제기할 경우 유해물질과 피해자들이 호소하고 있는 증상에 인과관계 입증 책임이 원고 당사자들에게 있다”며 “개인이 하기 매우 어려워 국가 기관의 입증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