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사이버 범죄로 사생활 침해 당한 피해자에게 접근, 도와주겠다고 속인 뒤 거액을 가로채는 사기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피해사실 유포를 막아주는 대가로 수 백만원을 요구하는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도리어 이를 알리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어려운 보안 기술 때문에 피해자가 진짜와 가짜 업체를 구분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5일 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가짜 대응 업체의 난립으로, 사생활 침해 2차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피해자들은 SNS와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난 최초 가해자로부터 사생활이 담긴 영상 등을 주변에 알리겠다는 협박을 받고 있다. 이에 주변에 알려질까 두려워 경찰에 신고하기보다, 사설 대응업체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짜 대응업체는 피해사실 유포를 막아주겠다며 수십에서 수백만원을 요구한다. 피해사례에 따르면 200~500만원 대를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자사의 보안기술 솔루션을 설명하고 각종 실적을 내세우며 이용자를 현혹한다. 심지어는 경찰청, 국정원 등 공신력 있는 기관들을 내세우며 신뢰를 입증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인이 이해도가 낮은 디지털 기술이라는 점을 악용한다.
관련 피해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는 ‘업체에서 2차 가해를 받았다’, ‘업체가 도리어 피해사실을 유포한다며 협박했다’ 등 사례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에 따르면 가짜 업체들은 가해자의 카카오톡 계정을 삭제하거나 유출된 기록을 삭제하는 식의 대응법을 제시했지만 수개월 뒤에도 버젓이 가해자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거액의 금액에 부담스러움을 표하자 가짜 업체로부터 또 다른 유포 협박을 받고 있는 피해자도 있다. 해결사를 자처했던 업체로부터 이중적 금전 피해를 입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현걸 한국사이버보안협회 이사장은 “피해자 대부분이 IT 지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사기 업체가 어떤 솔루션 제공하더라도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업체들이 속이는 행태”라고 말했다.
대검찰청 조사에 따르면 관련 사이버 범죄 적발 건수는 증가하고 있다. 2015년 102건에서 2019년 1800여 건으로 5년 만에 약 18배 급증했다. 피해액은 2016년 8억7400만원에서 2019년 55억2900만원으로, 3년 만에 약 6.3배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