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원칙·규제 순응해야
기존 금융사서 수익발생
개인과 이해상충 불가피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미국판 동학개미운동의 주역으로 불리는 온라인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가 최근 개인투자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투자 민주화’를 추구했지만 결국 기존 금융산업의 규제에 순응할 수 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평가다.
로빈후드는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는 무료 증권앱이다. 주식과 펀드, 옵션, 가상화폐 등을 수수료 없이 무제한으로 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누구나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거래 수수료와 등록 예치금을 받지 않았다. 복잡한 주식 거래 절차도 생략했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환호했다. 지난해 기준 이용 고객은 1300만명에 달한다.
개인투자자들이 게임스톱 주가를 폭등시키며 공매도 한 헤지펀드에 치명상을 안긴 것도 로빈후드 채널을 통해서였다. 그런데 로빈후드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돌연 개인 투자자의 게임스톱 주식 매수를 막았다. 중개규모가 늘어나면서 미 증권정산소(NSCC)에 내야 하는 의무 예치금이 10배나 오른 30억달러(3조3000억원)로 불어나면서다. 이후 거래제한으로 의무 예치금은 7억달러로 줄었고, 기존 투자자들로부터 10억 달러를 조달받아 이를 납부했다. 로빈후드는 1일(현지시간)에 추가로 24억달러를 조달, 현재까지 투자유치액은 총 34달러(약 3조8천억원)에 달한다.
로빈후드는 1일 거래제한 주식을 50개에서 8개로 줄였지만, 게임스톱 주식은 여전히 1인당 매수한도가 4주까지다. 개인들의 불만이 여전히 큰 이유다. 주가를 올리는 개인들의 매수를 제한하면 공매도 포지션을 취한 대형 투자은행(IB)이나 헤지펀드에 유리할 수 있어서다.
로빈후드와 IB의 관계도 도마에 올랐다. 로빈후드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고객의 거래 주문을 대형 증권거래회사에 넘겨 주문을 처리한다. 그 대가로 증권회사에서 받는 보상금인 ‘투자자 주식 주문 정보 판매(PFOF)’로 대부분의 수익을 올린다. 주요 거래 증권사 중 하나인 시타델이 투자한 멜빈캐피털은 게임스탑 주가급등으로 치명상을 입었다. 시타델이 자사의 투자손실을 줄이기 위해 로빈후드에 압력을 넣었다는 주장이 개인투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일부 투자자들은 주요 앱스토어에서 로빈후드에 리뷰 최저점인 별점 1점을 매기거나 퍼블릭, 위불 등 다른 수수료 없는 경쟁자를 홍보했다.
브레넌 호켄 UBS 애널리스트는 “로빈후드는 금융산업에 대해 ‘빠르게 움직이고 기존 관행을 깨자’는 식의 접근법을 취했지만 실제 금융 서비스는 틀을 깨기 어려운 규제가 심한 산업”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래리 탭 시장 구조 책임자는 “로빈후드 역시 증권거래 시장의 일부기 때문에 기존 규제를 일부만 파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제 전통적인 금융기업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