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있어야 회사가 있고 회사가 있어야 노조가 있다.”
이 얘기는 당연했던 얘기다. 당연했던 이야기지만 한국의 노사관계에서는 당연하지 않은 얘기가 됐다. 산업화를 겪으면서 노와 사는 대립의 연속이었다. 어느 순간 파업이 연례행사가 될 정도였다. 노조의 파업 소식보다 무파업으로 임단협 통과가 됐다는 소식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 산업군이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노사가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겨우 버텨냈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난해 파업에 따른 ‘근로손실일 수’가 전년도보다 되레 더 늘었다.
한국 노동연구원 ‘노동 리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손실일 수는 55만4000일로, 전년 40만2000일보다 37.8% 증가했다. 파업 참가자가 많고 파업 기간이 길수록 증가한다. 즉, 근로손실일 수의 증가는 노사관계가 그만큼 악화한 신호로 볼 수 있다.
2021년 들어서도 상황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는 이번주 파업쟁의 찬반투표가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기업의 지난해 임단협이 끝나지 않고 노사 간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지는 곳도 아직 남아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노사 간 양보 없는 대립은 ‘공생’이 아닌 ‘공멸’로 갈 수밖에 없다.
최근에 이런 노사 간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현대차 노조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 1월 대립적 노사관계를 지양하고 상생의 노사문화 정착을 위해 ‘사회적 조합주의’ 노동운동 이론과 관련자료를 소개하면서 미래지향적 노사관계를 제시한 것이다. 예전에도 상생과 공생의 노동운동 이념은 많이 나왔다. 하지만 현대차가 제시한 ‘사회적 조합주의’는 처음 사용한 것이다. 현대차 노조가 친환경 미래차 시대 도래 등 산업전환기를 맞아 새로운 노조운동 이념정립을 위해 만든 것이다.
1987년 이후 한국 노동운동은 흔히 전투적 노조주의였다. ‘노동해방’이라는 구호가 자연스러울 만큼 노동운동은 변혁지향성이 두드러졌다.
기후위기와 함께 자동차산업도 변화의 중심에 섰다. 자동차산업이 코로나19로 인해 산업 간 융합 등을 통해 성장세를 지속한 전기차, 자율주행 등이 빠른 속도로 변화했다. 이런 변화에 노조도 위기감을 느꼈다. 실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이 적고 공정도 단순해 인력이 덜 필요하다. 2018년 일본자동차부품공업협회 발표에 따르면 전기차로 전환되면 내연기관 부품 3만개 중 1만1000개가 사라진다. 금속노조도 지난해 1월 발간한 ‘미래형 자동차 발전 동향과 노조의 대응’보고서를 통해 전기차 전용라인이 구축됐을 때 조립의장 부문 인력이 20~30% 감축될 것으로 추정했다. 파워트레인 부문은 모두 외부 조달된다는 가정하에 전기차 생산 비율만큼 축소된다고 예측했다.
이런 위기 상황에 서로를 ‘적’으로 간주하는 구태의 노사관계가 더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의 변화가 불고 있다.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로 급변하는 시점에서 현대차 노조의 긍정적인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현대차 노조의 ‘사회적 조합주의’가 새 시대를 대비하는 새로운 노사관계의 시작이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