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억울한 곳은 중소 협력업체입니다. 쌍용자동차 살리려고 어음도 미뤄줬지만 당장 내일 회사가 살아 있을지 알 수가 없어요.”
쌍용차가 결국 P-플랜(Pre-packaged Plan)에 돌입하기로 결정한 지난달 28일 쌍용차 비상대책위원회 긴급회의에 참석했던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쌍용차가 지난해 10월부터 협력업체들에 지급하지 못한 금액은 총 5000억원에 달한다. 이미 이 중 2000억원은 어음 만기가 도래했지만 협력업체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상환을 유예시켜줬다. 쌍용차는 앞으로 두 달간 1주일마다 차를 판매한 대금을 모아 현금으로 협력업체들에 자재대금을 갚기로 했지만 협력업체들은 우려하고 있다. HAAH오토모티브가 안정적으로 인수를 마치기 전까지 소비자들이 쌍용차를 구매할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협력업체의 채무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를 결정했다. 협력업체들의 유동성 위기를 막겠다는 조치지만 이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다. 이들은 HAAH오토모티브의 인수가 완료될 때까지만이라도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긴급경영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HAAH오토모티브 역시 산은에 추가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자동차시장이 빠르게 전동화·자율주행화 시대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쌍용차가 경쟁력을 가지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더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계속하지 마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쌍용차의 청산은 협력업체의 대규모 도산과 대량 실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외면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쌍용차가 부활을 위해 나름 이어온 노력의 결과를 확인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줄 필요성도 있다.
쌍용차가 최근 내놓은 ‘올 뉴 렉스턴’은 부분 변경 모델인데도 신차급으로 달라진 디자인과 상품성으로 시장의 호평을 받았다. 게다가 쌍용차가 처음 내놓는 순수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란도 e-모션’도 올해 출시될 예정이다. 쌍용차가 갈고 닦은 신차들의 경쟁력이 어느 수준인지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만 쌍용차 역시 맨입으로 추가 지원을 요청해서는 안 된다. 그만큼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인건비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노조가 2개월 임금 50% 유예에 동의한 것은 천만다행이지만 장기적으로도 임금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세계 각국이 속속 내연기관차량 퇴출계획을 밝히고 있는 만큼 경영진 역시 새 생존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최소한의 비용투자로 전기차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내연기관 모델을 팔 새로운 시장개척에 적극 나서야 쌍용차를 살릴 이유가 생긴다.
이번 P-플랜은 쌍용차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다. 쌍용차 임직원은 그동안 이어진 고객의 성원과 협력사의 희생이 헛된 것이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