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발견시’ 공수처에 이첩하라고 규정
검찰→공수처 넘어가 기소할 경우 적용 혐의 혼선 우려도
공수처→검찰 사건, 구속기간 20일인지 10일인지도 불명확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가 출범했지만, 향후 공수처가 검찰이나 경찰에 사건을 넘기라고 요구할 수 있는 ‘이첩권’ 행사를 놓고 갈등이 예상된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진욱 공수처장은 조만간 공수처가 검찰을 상대로 이첩을 요구할 수 있는 기준을 세분해 유형화하는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공수처법상 다른 기관에서 수사중인 사건이라도, 공수처장 판단 하에 사건을 이송받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이첩을 요구할 수 있고, 먼저 수사에 착수한 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 반대로 고위공직자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규모가 크거나 공직자가 아닌 관련 피해자가 많은 경우 처장이 검찰이나 경찰에서 수사하라고 사건을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검찰이나 경찰이 공수처에 사건을 이송하게 되는 시기는 명확치 않다. 공수처법에는 ‘고위공직자의 혐의를 발견한 경우’라고만 돼 있다.
검찰→공수처 이첩 요구권 경계 모호… 실무상 혼선 예상
일단 형식상으로는 검찰이 정치적 논란이 될 수 있는 사건은 상당부분 손을 댈 수 없게 됐다. 다만 일부 부패범죄 수사 도중 공수처의 이첩 요구가 정당한지 경계가 애매한 사건이 나오는 경우 양 기관간 힘겨루기가 벌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고위공직자 범죄 의혹 사건이 언론 등을 통해 이미 알려졌다면, 공수처가 사건을 전담하는 게 상대적으로 명확하다. 하지만 검찰이 자체적으로 첩보를 수집하고, 직접 수사를 벌이다가 공수처 수사 대상자 조사를 벌일 필요성이 있는 경우 이첩 시기가 모호해진다. 검찰이 기업 수사 도중 정치인이 연루된 정황을 발견할 경우가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검찰은 고위공직자 사건을 인지한 시점에서 공수처에 통보를 해야 한다. 하지만 참고인 조사를 받다가 피의자로 입건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상당 부분 조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공수처의 사건 이첩 요구가 정당한지를 놓고 혼란이 생길 수도 있다.
공소 유지 문제도 관건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는 생물이라고 한다, 처음에 시작과 끝이 다를 수 있다”며 “사건을 입체적으로 보고 기소를 해야 공소유지가 되는데, 당사자를 나눠서 한쪽은 검찰이, 다른 쪽은 공수처가 기소한다면 재판 과정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사안을 놓고 당사자 별로 검찰과 공수처 간 사안의 성격을 다르게 해석할 소지도 생긴다. 경찰 수사 사건의 경우 검찰이 수사지휘를 하기 때문에, 기소 혐의가 일원화된다. 예를 들어 뇌물 사건의 경우 공여자와 수뢰자의 혐의 구성 내용이 들어맞는다. 하지만 공수처와 검찰은 서로 지휘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쪼개기 기소를 할 경우 두 기관의 해석이 다를 수 있다.
공수처 구속기간, 20일이냐 10일이냐
21일 취임한 김진욱 공수처장은 이첩 요구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공감대를 표시했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김 처장은 “ 현재 이첩 기준은 공수처 수사가 다른 기관 수사와 중복되는 경우 사건진행 정도와 공정성을 감안해 요청할 수 있다”면서도 “기준이 있지만, 더 세부적인 내용을 유형별로 구체화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의 유상범 의원은 김 처장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이첩요구권을 행사하느냐 말아야 되느냐는 공수처장의 재량에 달려 있다, 이렇게 되면 필히 부패 수사 능력의 저하가 온다”고 지적했다. 다수 당사자가 얽힌 사건에서,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부분만 분리해서 가져갈 경우 시간상으로 수사가 지체될 뿐만 아니라 처장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수사 내용이 변질될 수 있따는 지적이다. 유 의원은 “이첩과 관련해서는 완벽할 수는 없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는 이첩요구를 한다, 어떤 경우에는 수사기관에 남겨 둔다 같은 내부 기준이 명확해야 된다”고 말했다.
공수처 수사단계에서 피의자 구속기간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행법상 검찰이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구금한 경우 기본 10일, 연장시 10일을 더해 최장 20일까지 구속할 수 있다. 반면 경찰 단계에서는 10일만 구속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고위공직자 수사를 하던 공수처가, 공직자의 가족을 수사했지만 직무에 관한 범죄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검찰로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 이 경우 수사처 검사도 검사라는 논리라면 구속기간은 최장 20일이 된다. 하지만 고위공직자를 수사한 공수처 검사가 검찰로 송치를 하는 사실상 사법경찰관 역할을 한다고 본다면 공수처 구속기간은 10일로 제한된다. 김 처장은 이 경우에도 공수처가 10일 넘겨 구속할 수 있고, 검찰로 사건이 넘어간 이후에는 20일에서 공수처 구속 기간을 뺀 잔여기간만 검찰이 피의자를 구금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