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삼성전자엔 큰 악재가 덮쳤다. 반도체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수탁생산) ‘슈퍼사이클’에서 TSMC를 빠르게 추격해야 할 시기에 사법리스크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역대급 투자를 예고한 TSMC와 경영 리더십 공백이 불가피한 삼성전자 간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1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세계 파운드리 1위 기업 대만 TSMC는 최근 4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설비투자액이 250억~280억 달러(약 27조~31조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작년 TSMC가 집행한 투자액은 172억달러다. 이를 훌쩍 뛰어넘을뿐더러 전문가들이 예측한 수치(200억달러 내외)까지도 압도한 규모다.
TSMC는 이 같은 설비투자 대부분을 5나노미터(㎚, 1㎚=10억분의 1m) 이하 등 초미세화 공정에 투자할 예정이다. 5나노 이하 미세공정엔 한 대당 2000억원에 이르는 극자외선 장비(EUV)가 필수다. 이를 크게 늘리면서 역대 최고 수준의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TSMC는 애플, AMD, 엔비디아, 퀄컴 등의 주문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 외주화를 검토 중인 인텔의 물량 역시 TSMC가 확보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인텔이 엔비디아와 경쟁할 개인 PC용 그래픽칩(GPU) ‘DG2’를 만들 예정이며 이 칩은 TSMC 7나노 공정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계 파운드리 2위 기업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목표로 올해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으나,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이 역시 불투명해졌다. 증권가에선 올해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사업 시설투자에 작년보다 2배가량 늘린 12조원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역시 TSMC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이마저도 사법리스크 전의 예측치이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선고 이후엔 한층 더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TSMC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압도적인 양강체제를 구축 중이다. 시장 점유율 54%로 TSMC가 1위이며, 그 뒤를 삼성전자(17%)가 뒤쫓는 형국이다. 두 업체가 글로벌 전체 시장 70% 이상을 과점하고 있다. 5위권(UMC, 글로벌파운더리스, SMIC)까지 넓히면 점유율은 90%에 이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2019년 684억3300만달러에서 작년 846억5200만달러로 23.7%나 급등했다. 올해는 896억8800만달러(약 98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 기술 수요가 급증한데다 ‘언택트 열풍’까지 더하면서 자동차, 가전제품, 5G, 인공지능 등 분야를 넘나들며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폭발했다.
TSMC는 2019년 파운드리 사업에서 37.8조원(원달러 환율 1093원 기준)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작년엔 52.2조원으로 급등,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삼성전자도 같은 기간 11.9조원에서 15.6조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격차는 좀 더 벌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하필 TSMC가 사상 최대 실적과 투자를 강행할 시기에 삼성전자는 사법리스크를 맞이한 것”이라며 “TSMC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고, 이 기회를 놓치면 파운드리 시장에서 2강이 아닌 1강 체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