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사노동자협회 설문조사서 76.9% “수입 감소”
가사근로자고용개선법 국회 통과 촉구
한국노총 “일시 지원금 대상서도 제외”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1. 주 5회 방문해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박모(62) 씨는 지난해 3월 일자리를 잃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던 때에 자녀를 키우다 보니 외부인인 가사도우미 출입이 불안하다는 이유였다. 지난해 6월 다른 일자리를 찾았으나 코로나19 확진자 증감에 따라 박 씨의 고용도 불안해졌다.
#2. 가사 일을 하던 김모(63) 씨는 지난해 2월 초 고객 집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다 계단에서 넘어져 무릎이 파열됐다. 수술을 받고 3주간 병원에 입원했지만 치료비의 50%는 김 씨의 실손보험으로, 나머지 50%는 지역 여성회관의 배상책임보험에서 받았다. 두 달간 일을 하지 못하고 쉬느라 소득이 없었지만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었다.
박 씨와 김 씨처럼 청소, 세탁, 주방일 등 일반 가사 활동을 비롯해 산후 관리, 가정 보육 돌봄 등을 제공하는 가사근로자들은 코로나19 사태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기준법이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안전망에서 소외되기 때문이다.
17일 한국가사노동자협회(이하 협회)에 따르면 협회에서 지난해 11월 가사근로자 113명을 대상으로 자체 진행한 설문조사에 응답한 가사근로자 중 76.9%(87명)가 코로나19로 인해 수입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이 중 월 수입이 100만원 이하라는 응답자는 64.6%(73명)에 달했다. 가사근로자 10명 중 7~8명이 자신의 수입이 줄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가사근로자들은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소득 보전이 어려운 상황이다. 같은 설문에서 지난해 정부에서 두 차례에 나눠 지급한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지급한 지원금을 받았다는 이들은 10.6%(12명)에 불과했다. ‘신청하려 했으나 소득감소를 증명하지 못했다’(22.9%)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가사근로자들은 정부가 특수고용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일거리 감소나 실직 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고용보험’(29.7%), ‘일하다가 다쳤을 때 보장 받을 수 있는 산재보험 확대’(18.7%) 등을 꼽았다. 근로기준법은 상시 5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게만 적용될 뿐 가사근로자는 해당 법 대상이 아닌 탓에 이들은 휴게·휴일은 물론 연차휴가, 퇴직금, 4대보험 가입 등의 혜택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탓에 가사근로자고용개선에관한법(가사근로자법)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한국가사노동자협회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가사근로자법 통과를 촉구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김현중 한국노총 부위원장은 “가사노동자법 제정에 노사 간 이견이 없는 만큼 여야 양당이 적극적으로 법 제정에 나서 달라”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가사 노동자들이 생계에 위협을 겪고 있다”며 “실업급여나 휴직 수당을 받을 수 없고 민간 영역에서 일하는 가사노동자들은 ‘필수노동자’로 명시되지 않아 정부의 일시지원금 등에서 모두 제외되고 있다”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