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부채 급증·자산불균형 심각
우리 경제 구조적으로 한층 취약해져
올 서울·부산 보선, 내년초 대선정국 돌입
선거 휩싸여 중장기 경제과제 자칫 ‘흔들’
해고자도 사업장 출입 가능 노조법 충격
비위 직원·정치 목적 외부인사 통제 불가
바이든, WTO 등 다자체제 복원 기대감
중국 견제에 한국 참여 요구 강화 될 것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 부회장은 “앞으로 다가오는 선거정국에서 경제가 정치에 매몰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 부회장은 “새해에는 정치와 경제 이슈를 분명히 구분해 중장기적으로 경제가 하향세를 보이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최근 기업규제3법, 노조법 개정안 등 여러 규제 법안들이 국회에서 처리된 상황에 대해서는 “경제법안들을 이렇게 정치적으로 처리해야 하는지 당혹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올해 경제 상황이 결코 만만치 않다”고 강조하면서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치유하고 민간 분야의 역동성을 높이기 위해 법제 개혁 등 경제 주체들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음달초 취임 2년차를 맞는 그를 새해 대한상의 접견실에서 만났다.
▶ “코로나가 경제에 남긴 구조적 취약…잘 대비해야”=우 부회장은 “지난해 최악의 경제상황에 비해 성장률 수치 자체는 선방했다고 생각한다”며 “방역조치와 선제적 정부 지원으로 OECD 국가 중에서도 최상위의 경제성장률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올해도 수치 자체는 긍정적일 것이라 내다봤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세계 경제 자체가 반등을 보이리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 부회장은 “기저효과가 크고 민간의 역동성이 회복되지 않았다. 수치에 비해 경기회복을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19 대응 과정에서 민간부채가 늘거나 자산 불균형이 심해지는 등 한국경제가 구조적으로도 한층 취약해졌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 대응 과정에서 단기적 위험을 장기적으로 분산시킨 측면이 있다”며 “실물경제가 안정적으로 회복할 때까지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시즌 돌입, 정치에 경제가 매몰될까 우려=그는 올해도 작년만큼이나 변수가 많다고 운을 뗐다. 이어 “백신 접종시기와 수출 회복이 가장 큰 관건”이라면서도 “기저효과로 올해 경제 회복세는 분명하지만, 오히려 중요한 건 그 이후”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가 회복돼 기업 수익이 늘어나도 기존 부채를 상환하려다 투자로 연결이 안되는 ‘대차대조표 불황’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또 “민간부채, 자산시장 불균형 등 누적된 구조적 취약성을 해결할 방책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일정도 주요 변수로 꼽았다. 그는 올해엔 4월에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예정돼 있다. 이후론 곧바로 내년 초 예정된 대선 정국에 돌입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 부회장은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치유하고 민간 분야의 역동성을 높이려면 법제 개혁 등 정책 주체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한데, 새해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포함해 내년 초까지 이어질 대선 정국에 휩싸여 중장기 과제가 매몰될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새해에는 정치와 경제 이슈를 분명히 구분해 중장기적으로 경제가 하향세를 보이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제법안을 이렇게 정치적으로 처리할 줄…당혹스럽다”=산자부 차관 출신인 우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초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직을 맡은 이후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유례없이 몰아치는 각종 규제법안 때문이다. 그는 “경제법안들을 이렇게 정치적으로 처리해야 하는지 당혹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경영에 심각한 영향이 예상되는 법안임에도 강행되자 대한상의를 포함, 재계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결국 주요 쟁점법안은 모두 국회를 통과했다.
우 부회장은 “특히 상법의 경우 당장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부터 혼선이 예상된다”며 “투기세력이 주주제안한 후보가 감사위원으로 선출되고 이사회에 진출하면 이젠 기업발전과 무관한 경영건섭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시총 상위 30대 기업 중 올해 3월 정기주총에서 감사위원을 교체해야 하는 회사는 22개사에 이른다. 상법 개정안에 따라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면 22개사 중 14개사는 대주주 측보다 외국인 의결권이 더 많은 ‘의결권 역전현상’이 발생한다.
특히, 중견·중소기업의 코스닥 상장사들은 시가총액 규모가 작아 공격이 쉽고 대주주 지분도 집중돼 있어 ‘3%룰’에 따른 피해가 더 크다. 국민연금이 경영진을 견제하거나 혹은 백기사 역할을 하려고 해도 모두 제약이 생겼다.
공정거래법 관련해서도 우 부회장은 내부거래 규제 확대로 지주회사가 역차별받고, 공익법인 의결권을 제한해 기업의 사회환원 기능을 위축시키며, 담합 의도가 없는 정보교환행위 역시 처벌받는 등의 내용을 조목조목 언급했다. 그는 “공포시점으로부터 1년 경과 후 시행되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이 상대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있을 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똑같다”고 비판했다.
▶ “노조법 처리…허탈감 넘어 충격”=우 부회장은 지난 정기국회에서 통과된 노조법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기업들이 허탈감을 넘어 충격에 휩싸인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재계도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에 마냥 반대하는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다만 한국이 선진국과 달리 산별이 아닌 기업별 노조가 중심이고 노사관계도 대립적 문화가 큰 만큼 이런 특수성을 입법에 반영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는 그에 따라 해고자가 실업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하더라도 사업장 출입만은 엄격히 제한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국회는 이를 반영하지 않았고, 오히려 정부안에 담겼던 ‘사업장 출입 시 회사규칙 준수’ 규정도 삭제했다.
우 부회장은 “이젠 기업과 아무 관련 없는 해고자나 실업자가 마음만 먹으면 사업장 어디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이번 노조법 개정이 야기할 후폭풍에 기업들의 불안이 크다”고 전했다. 비위로 해고된 직원이나 정치적 목적의 외부 인사가 사업장을 오가더라도 이를 통제할 수단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일부 기업은 산업기술 보안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에 정보 유출까지 우려하고 있다고 우 부회장은 덧붙였다.
우 부회장은 “해고자나 실업자의 사업장 출입은 당초 재계가 주장했던 ‘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마련했던 ‘사업장 출입 시 회사규칙 준수’ 조항을 하루속히 되살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바이든 정부 출범, 韓美 관계 한층 강화될 수” = 올해 재계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화두가 바이든 정부다. 통상 전문가로서 우 부회장도 바이든 새 행정부에 거는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대외정책에서 동맹국 중심의 국제질서 확립을 통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복원하는 데에 우선 순위를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바이든 당선인이 한미동맹을 지역안보의 핵심축이라고 명확히 했다”며 “한미관계는 민주주의·시장경제 동맹으로서 상호존중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파트너로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이 한일 관계 개선을 촉구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그는 “한미일 삼각 협력 가능성에 대비해 새로운 대일 접근법을 모색하는 한국 정부의 대외전략이나 외교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한일 양국이 ‘정경분리’ 원칙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통상 분야에서 바이든 정부는 WTO(세계무역기구) 등 다자체제로 복원하고 동맹국 중심의 교역질서 안정화를 중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 부회장은 “글로벌 교역 증진과 수출을 늘리는 데에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며 “다만 미중갈등이 지속되는 건 우리 경제에 어려운 과제다. 양국 패권 경쟁이 장기화되면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진영에 한국이 참여하라는 요구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