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코스피입니다. 올해는 멀미 나는 한 해입니다. 널뛰기를 심하게 했거든요. 지난 3월에는 코로나19에 시달려 1439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이런 저에게 어린이부터 어르신 그리고 외국인까지 러브콜을 보냈습니다. 그러기를 9개월여. 9일 현재 저는 2755입니다. 바닥에서 배가량 뛰었습니다. 산술적으로는 제 식구(종목)들의 주가도 더블이 됐다는 얘기지요.
이 반전의 드라마는 이렇게 쓰였습니다. 신박한 신조어(따옴표로 표시)도 쏟아졌습니다.
#누가=사실 제 라이벌은 아파트입니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대개 돈을 모아 저보다 아파트를 샀습니다. 집 한 채가 삶의 기반이요, 재테크의 주축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당연히 아파트값은 쭉 올랐지요. 결국 샐러리맨(중위소득 가구)은 십수년치 월급을 한푼도 안 쓰고 모아야 서울에서 아파트(중위가격) 한 채를 겨우 살 수 있는 지경이 됐습니다.
그런데 현 정부가 제 편이 됐습니다. 아파트로 돈 벌면 안 된다며 각종 세금을 매겼습니다. 갖고 있으면 보유세, 팔면 양도세, 사면 취득세로 옥죄었고, 대출도 막아 수요도 잠식했습니다.
이러니 아파트로 갈 돈이 제게로 왔습니다. 그게 지금 무려 300조원이 넘습니다.(MMF 160조원, 투자자예탁금 65조원, CMA 65조원, 신용융자 19조원)
이 돈들의 주인이 ‘주른이(기존 투자자)’ ‘주린이(주식 초보자)’이고, ‘동학개미(국내주식 투자자)’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이며, 심지어 ‘군대개미(주식투자 군인)’이기도 합니다.
#무엇을=이들 개미가 코로나와 무관하게, 변함없이 애정하는 종목은 삼성전자입니다. ‘4만전자(4만원대 주가)’에서 ‘7만전자’가 된 배경입니다. 이제 ‘10만전자’ 얘기도 나오네요. 삼성전자에 이어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도 못지않습니다. ‘7만닉스’에서 ‘12만닉스’까지 뛰더니 ‘16만닉스’까지 언급됩니다. 이 두 종목이 최고 목표가까지 가야 저의 3000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코로나 이후에 개미들은 이른바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에 몰렸습니다. 전통의 가치주를 제치고 급부상한 성장주들입니다. 배터리를 제외하면 코로나 대응과 관련된 종목들이라는 게 눈에 띕니다.
#어떻게=걱정되는 건 개미들의 무리수입니다. 제가 가끔 롤러코스터가 되는데, 안전벨트도 매지 않고 타는 개미들이 있거든요. ‘영끌(영혼까지 끌 어모아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 얘기입니다. 요즘은 ‘주담대’가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주식담보대출의 줄인 말로도 쓰이더군요. 빚을 내 투자할 경우 보유주식 가치가 일정 비율(증거금 비율) 아래로 내려가면 강제로 매도당하는(반대매매) 참사가 벌어집니다. 물론 ‘빚투’로 신규 상장주식을 사 ‘따상(공모가의 두 배 시초가 후 상한가)’을 맞을 수도 있지만 흔한 일은 아닙니다.
이런 와중에 지금의 제가 꼭짓점이라고 보고, 하락에 두 배로 배팅하는 ‘곱버스(인버스의 곱절)’투자 개미들마저 있으니, 정말 아찔합니다.
넘치는 돈에, 놀라운 실적 전망에, 외국인 매수세까지 제가 곧 3000 갈 거라는 신호는 차고 넘칩니다. 하지만 모두가 낙관할 때 홀로 비관해보는 절제도 필요합니다. 하물며 ‘영끌’·‘빚투’라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