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연합회·자동차산업협회등 KIAF 출범
기업규제3법 저지 등 단합 필요 한목소리
정치권엔 책임있는 입법활동 촉구
각 산업계를 대표하는 13개 업종단체가 연합체를 결성하고 하나의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은 거대 의석수를 앞세워 기업 규제 법안을 쏟아내는 정치권에 대한 제동의 필요성이 절실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요 경제단체들이 주된 창구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에 아랑곳않는 정치권의 모습을 지켜보며 각 협회에서도 동참의 의사를 내보인 것이다.
실제 13일 서울 서초구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대회의실 열린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출범 간담회에 참석한 13대 업종 협회 및 단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더이상 경제 단체에만 대응을 맡기고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최근 국회 발 기업 규제 움직임에 대해 “국가의 최고 버팀목은 경제인과 산업인인데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서 패싱(소외)당하는 분위기라 참담하다. 잘못된 법과 제도의 결과를 국민과 기업이 짊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렇게 모였다”고 호소했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업종별 단체가 손잡고 기업 규제에 저항하기로 합의한 만큼 기업규제3법(공정경제3법)을 이번 정기 국회 내 통과시키겠다는 정부·여당에게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단체 전면에 연합체 공동전선 가담= 참석자들은 정부·여당이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제정안 등 이른바 기업규제3법(공정경제3법)을 저지하고 업종별 규제를 풀기 위해 업종별 단합이 필요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이날 간담회를 통해 기존 경제단체의 대응에 연합체가 함께 공동 전선을 형성하는 구도가 마련됐다. 대한상공회의소나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단체가 정책 대응을 담당하던 구도에 업종별 협회들도 가세하며 산업별 규제 개선의 목소리를 함께 내기 위한 과정으로 풀이된다.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이사-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목소리가 이어졌다. 대한상의는 지난달 “감사위원 분리 선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면 투기 펀드 등이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회에 진출하려고 할 경우만이라도 대주주 의결권 3% 룰을 풀어달라”고 여당에 제안한 상태다. 포럼 관계자들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해외 투기 펀드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치명타라고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감사위원 분리 선임은 최대주주의 경영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효과가 있으며, 기관투자자 또는 외국계 헤지펀드가 주도하는 기업지배구조를 형성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착한 의도가 악한 결과 부를 것”=참석자들은 정부가 기업을 옭아매고 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법안을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회장은 “21대 국회 들어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마치 법안 제조기 마냥 평균 35건의 법안을 발의하고 있는데 그중에 기업 규제 법안이 몇개나 통과될지 몰라 불안하다”고 힐난했다.
그는 프랑스 혁명 시기 로베스피에르 총재 정부가 어린이들에게 값싸고 질 좋은 우유를 공급하겠다고 우유 가격과 건초 가격을 인위적으로 제한했다가 오히려 가격이 더 뛴 사례를 들며 “법과 정책, 제도는 (기업) 현장과 현실에 대한 통찰이 없이 만들어지면 악한 결과를 만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업인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건 좋은데 정치나 노조의 사회적 책임도 따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포럼 설립을 주도한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역시 “만약 선거법 등 국회의원들의 활동을 제약하는 규칙을 만든다고 했다면 적극 반대했을 것”이라며 정치권이 기업 문제와 관련해 책임감을 가지고 입법활동에 임해줄 것을 촉구했다.
▶“업종 간 융합 막는 규제 반대”=한국산업연합포럼은 향후 업종별 규제와 이종 업종 간 융합을 가로 막는 규제를 해결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산업 환경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 회장은 “테슬라의 사례에서 보듯이 한 업종에서 나온 혁신이 전체 산업계를 변화시키는 시기인 만큼 각 기업, 업종 관계자들이 만나 각종 규제를 풀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경제단체들은 업종을 아우르는 영역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데 약한 모습을 보였다”며 업종별 단체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포럼은 장기적으로 미국 헤리티지재단처럼 범 산업적 씽크탱크 역할을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포럼은 업종별 단체의 지식 인프라를 활용하고 각 기업 경제 연구소와 연계해 산업 별 규제 현황을 확인하고 해외 사례와 비교해 정책 건의에 나설 예정이다.
실제 각 업계는 올해 초 부터 산업별 규제 개선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지만 진척이 없는 상태다.
배터리 업계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충전률 제한 규제에 대해 손실보전 등 제도 보완을 요구했지만 관철되지 않고 있다. 정유업계는 석유 생산을 위해 원료로 쓰이는 중유에 대한 개별 소비세 부과 면제를 요구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 업계는 특허청이 법제화를 추진 중인 ‘K-디스커버리’ 제도에 긴장하고 있다. 이 제도는 특허 소송 재판이 시작되기 당사자 양측이 서로 가진 증거와 정보를 공개하는 제도로 선진국 특허권자에게 유리하게 작용될 것으로 우려된다.
감사를 맡은 정순남 한국전지산업협회 부회장은 “반기업 정서가 팽배한 상황에서 기업 규제가 확산되고 있지만 기업들의 목소리는 정책 당국에 제대로 수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포럼이 규제 완화를 위한 대안 제시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이날 포럼 간담회에는 중견기업연합회 강호갑 회장, 자동차산업협회 정만기 회장을 비롯, 13개 업종별 협회 상근책임자가 참석했다. 원호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