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 코로나로 전세계 빈곤층 1억명 늘어

극빈층 증가,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처음

초부유층은 5개월 새 순자산 27% 급증

지난달 말 아르헨티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시민들이 식량 배급을 받기 위해 긴 줄을 선 모습. [EPA]
지난달 말 아르헨티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시민들이 식량 배급을 받기 위해 긴 줄을 선 모습. [EPA]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가 전세계적으로 부의 양극화를 불러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현지시간) 세계은행(WB)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전세계 빈곤 문제를 다룬 보고서에서 약 8800만~1억1400만명이 추가로 극빈층이 됐다고 밝혔다. WB는 2021년말까지 극빈층 증가 규모가 최대 1억5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극빈층은 하루 1.9달러(약 2200원), 연간 700달러(약 81만원)로 생활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로써 전세계 극빈층은 최대 7억2900만명으로, 세계 인구의 9.4%에 달하게 됐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WB가 예측한 2020년말 전세계 극빈층 규모 6억1500만명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19 때문에 1997~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전세계 극빈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엔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이 성장한 덕에 극빈층 수가 줄었지만 코로나19의 피해는 어떤 국가도 피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WB는 일반적으로 극빈층이 저학력 농업 종사자들에게서 나왔지만 점점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극빈층으로 전락하는 10명 중 8명은 중간 소득 국가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WB는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이 여전히 확산되고 있고 장기적인 예측은 불가능하다면서 코로나19가 지난 30년 간 지구촌 빈곤 감소라는 목표를 향한 노력에 최악의 좌절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맬패스 WB 총재는 이를 되돌리기 위해 각국이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경제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의 명품 매장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미국의 초부유층의 순자산은 3월말보다 37% 가량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AP]
미국 뉴욕의 명품 매장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미국의 초부유층의 순자산은 3월말보다 37% 가량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AP]

반면 순자산이 3000만달러(약 350억원) 이상인 ‘수퍼갑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자산손실을 빠르게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WSJ은 부유층 자산 조사업체 웰스X 보고서를 인용, 지난해 말 대비 8월말 기준 수퍼갑부의 부의 총량은 9%가량 감소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던 3월말에 비하면 수퍼갑부의 부는 불과 5개월여만에 약 27%나 급증했다. 금액으로는 6조8310억달러(약 7900조원)에 달한다. 수퍼갑부의 수는 이 기간 18% 늘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광범위한 경기부양과 유동성 공급이 일시적 경제활동 중단에 따른 손실을 회복시키고 부의 창출 기회를 다시 만든 것이다.

특히 증시 급등 수혜를 받은 북미 지역의 수퍼갑부는 이 기간 순자산이 37%나 늘었다. 마야 임버그 웰스X 분석책임자는 “높은 실업률과 낮은 기업 이익에도 주식 활황으로 코로나19 초기에 발생한 손실을 회복할 수 있었다”면서 “미국이 극단적이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