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9대 차량 시위’·기자회견·1인 시위 등 열려
경찰 “갑자기 인파 집결할 가능성”…‘총력 대응’ 방침 유지
전문가들 “드라이브스루 방식 문제 없어…막으면 더 위험”
광복절 집회 때는 경찰 확진자 6명…“모여 있어 주의해야”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개천절인 3일 일부 보수단체가 ‘드라이브스루’·기자회견·1인 시위 형식의 집회 강행을 예고하면서, 정부와 경찰 역시 집회 현장에서 총력 대응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드라이브스루 방식의 집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서도 “현장에서 집회를 막으려 모여 있는 경찰관들도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이 있다”며 철저한 방역 준비를 당부했다.
▶서울 도심서 법원 허가받은 ‘9대 차량 집회’ 2건 예정=경찰에 따르면 법원의 결정에 따라 이날 합법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된 집회는 10대 미만의 차량을 이용한 집회 2건으로 각각 서울 강동구와 서초구∼광진구 일대에서 진행된다. 법원은 조건부로 소규모 차량 집회를 허용하는 대신 회견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회견 강행 의사를 보이는 단체가 있어 충돌이 발생할 우려가 제기된다.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행동(새한국)은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서울 강동구 굽은다리역에서 출발해 강동공영차고지에 도착하는 경로로 9대 규모의 차량 집회를 계획했다. 새한국은 이달 1일 서울 강동구 외 5개 구간에 대한 집회도 추가로 신청했으나 모두 금지 통고를 받으면서 강동구 외 지역에서는 차량 1인 시위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새한국 관계자는 “차량 집회 전 회견도 예고했지만, 경찰이 대면 회견은 허용하지 않아 취소한다”며 “강동구 지역을 제외한 애초 예고됐던 마포유수지주차장, 사당역 등에서는 차량 집회를 열지 않되 개별 회원들의 1인 차량 시위를 독려 중”이라고 했다.
애국순찰팀은 이날 오전 경기도청에서 출발해 정오께 우면산 터널을 통해 서울에 진입한 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택인 서초구 방배삼익아파트를 지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자택이 있는 광진구 현대프라임아파트 앞까지 9대의 차량을 이용한 시위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 단체는 오후 2∼3시께 추 장관 자택 앞에 도착, 차량 집회를 마무리한 뒤 별도의 기자회견을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경찰은 보수단체들이 신고한 차량 9대 규모의 집회에 대해서 모두 금지 통고를 내렸다. 그러나 이들 단체가 경찰 등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 2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해당 집회 2건은 까다로운 조건 아래 ‘차량 9대’ 규모의 합법적 집회 진행이 가능하게 됐다.
법원이 내건 조건을 보면 먼저 신청인은 집회 참가자의 이름·연락처, 차량번호를 적은 목록을 작성해 미리 경찰에 내고, 집회 시작 전 목록에 기재된 참가자와 차량이 동일한 것을 확인받아야 한다. 이 밖에도 참가자들은 제3자나 제3의 차량이 행진 대열에 진입하는 경우 경찰이 이를 제지하기 전까지 행진해선 안 되며 경찰이나 방역 당국의 조치에 따르지 않을 경우 경찰이 해산을 명할 수 있게 했다.
경찰은 법원의 결정에 따라 시위대의 지침 준수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고 위반 시에는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각에서 ‘차량 1인 시위’를 하겠다고 하는데 차량 시위는 결코 1인 시위가 될 수 없다. 법원에서 내린 지침을 기준으로 준수 사항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모두 불법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군중이 모이는 개천절 대규모 집회가 금지되자 대신 서울 도심에서 회견과 1인 시위를 개최하는 보수단체도 있다. 8·15집회참가자국민비상대책위원회(8·15비대위)는 이날 오후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회견을 진행하고 1인 시위를 하겠다고 밝혔다. 최인식 8·15비대위 사무총장은 “불법적인 집회를 할 생각은 없다. 회견으로 입장을 전한 뒤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전광훈 담임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 측, 천만인무죄석방본부(석방본부)를 이끄는 우리공화당도 서울 도심 일대에서 10인 미만의 회견을 개최할 계획이다. 사랑제일교회 변호인단은 이날 오후 1시 종로구 교보문고 앞에서, 우리공화당은 같은 시간 중구 한국은행 앞에서 회견을 연다.
광화문~서울역 구간 일대, 대학로, 미국대사관 뒤편, 중구, 노원구 전 지역과 서대문구, 동작구, 영등포구 일부구간 등이 10인 미만의 집회가 금지된 상태다. 이외의 구간에서는 10인 이상 집회가 금지된다. 그러나 도심에서 열리는 10인 미만의 회견도 ‘시위’ 형식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면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보수단체 집회 특성상 산발적으로 모여서 갑자기 (참가자가)많아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로서는 예측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드라이브스루 집회, 막으면 차량 적체돼 오히려 위험”=이에 따라 경찰은 이날 서울 도심서 돌발적인 집회·시위 등을 차단하기 위해 시내 진입로 90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도심으로 들어오는 차량을 점검 중이다. 아울러 경비경찰 21개 중대와 교통경찰 800여 명을 동원해 불법적인 집회·시위에 엄중 대처할 예정이다. 실제로 서울 광화문광장은 이날 오전 8시 현재 케이블로 고정된 펜스가 설치돼 시민들의 진입을 막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드라이브스루 집회 등에서 나타나는 불법 집회와 관련해 현장 검거, 면허 정지·취소, 차량 견인 등 총력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경찰은 ▷서울시 경계(시계·市界)→강 위(강상)→도심권 순으로 3중 차단 개념의 검문소를 운영해 시위자들의 도심권 진입 차단 ▷주요 집결 예상 장소 최대 경비·장비를 동원해 집결 차단 ▷집회 강행 시 신속 해산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해산 명령 불응 시 현장 검거·직접 해산 조치 등을 할 예정이다.
아울러 경찰 조치 과정 중 공무집행방해 등 불법·폭력행위는 현행범 체포를 원칙으로 하고, 그 외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차량 시위의 경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과 도로교통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불법 차량 시위 운전자에 대한 현행범 체포·벌금 부과 등 사법처리 ▷운전면허 정지·취소 병행 ▷차량 즉시 견인 등 대인·대물에 대한 모든 총체적 조치에 들어간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드라이브스루 집회 방식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침 출퇴근길과 똑같은 것이다. 깃발 등을 붙여 의사 표시 하는 차이 정도”라며 “오히려 막으면, 차량이 정체되고 사람들이 더 모이게 되니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도 “드라이브스루 극장처럼 하고 끝난다면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화여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역시 “지금은 안 모이는 게 제일 좋지만, 드라이브스루 방식(집회)을 하며 차 안에서만 있으면 사실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경찰의 개천절 시위 총력 대응과 관련, 경찰관 역시 감염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지난달 광복절 집회 때도 경찰관 환자가 발생했다”며 “모여 있는 경찰관들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관 역시 (사회적)거리두기를 하면서 집회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교수도 “경찰관들도 당연히 위험할 수 있다”며 “경찰관들도 마스크랑 페이스 실드를 같이 착용해 얼굴까지 다 보호하고, 장갑까지 착용하는 등 집회 현장에서 개인 방역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 8월 15일 광복절 집회 당시엔 집회 통제에 동원된 경찰 9536명중 6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경찰은 집회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와 페이스실드를 지급하고 집회 참가자와 경찰관의 직접 접촉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